베테랑 외야수 이용규(37·키움 히어로즈)는 2020년 11월 광야에 섰다.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돼 졸지에 무적 신세로 전락했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해 은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벼랑 끝에 서 있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키움이었다. 이용규는 2021시즌을 돌아보며 "후회 없이 하고 싶었다. 그라운드에서는 항상 간절했는데 그 이상으로 독하게 마음먹었던 것 같다. 내 야구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했다.
이 악물고 1년을 뛰었다. 그러자 성과가 나타났다. 이용규는 2021시즌 133경기에 출전, 타율 0.296(459타수 136안타) 88득점 43타점 17도루를 기록했다. 팀 내 도루와 출루율(0.392)는 2위, 최다안타와 득점은 3위였다. 이정후, 김혜성과 함께 찬스 메이커 역할을 하며 타선에 활력을 더했다. 한화에서는 세대교체라는 흐름에 밀려 기회를 잃었지만 키움에선 젊은 선수단을 이끄는 구심점이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그를 "야구장 안팎에서 많은 힘이 돼줬다"고 공개 칭찬하기도 했다.
이용규는 "(키움이) 마지막 팀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걸 열심히 하려고 했다. 생각보다 잘 적응해서 굉장히 좋았다"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해 만족한다. 힘들게 올라간 가을야구(와일드카드 결정전)가 빨리 끝나 아쉬웠다"고 했다.
이용규는 이번 겨울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 하나는 연봉이다. 종전 1억원에서 3억원(300%)이 인상된 4억원에 도장 찍었다. 연봉 인상률과 인상액 모두 팀 내 최고였다. 2020시즌 한화에서 받은 연봉 4억원을 1년 만에 원상 복귀했다. 그리고 주장까지 맡게 됐다.
그는 "(연봉이 이렇게 인상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1년간 한 것을 높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주장까지 맡게 됐는데 구단에서 좋은 평가를 해주신 만큼 책임감도 더 많이 든다"며 "2년째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게 됐으니 팀 안에서 최고참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시즌을 치를 계획이다. 고참과 주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눈치 보지 않고 플레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용규는 의미 있는 기록 달성을 눈앞에 뒀다. 2004년 데뷔 후 차곡차곡 쌓아온 안타가 어느새 1986개. 14개만 더하면 역대 15번째 2000안타 고지를 밟는다.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한화 그리고 키움을 거치면서 만들어 낸 '훈장'이다. 최근 3년 연평균 안타가 133개라는 걸 고려하면 개막 초반 기록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달성하면 뿌듯하겠지만, 그 기분을 간직하고 정규리그에 집중하겠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승리를 많이 가져가야 하는 게 목표여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경기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