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최악의 레이스로 20위에 머무른 일본의 신하마 다쓰야 쇼트트랙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판정 논란이 불거졌다.
차민규(29·의정부시청)가 은메달을 획득한 12일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선 마지막 15조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14조까지 1위는 7조에서 레이스한 가오팅위(중국). 하지만 금메달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15조에는 세계랭킹 1위 로랑 듀브레유(캐나다)와 3위 신하마 다쓰야(일본)가 버티고 있었다. 가장 강한 선수가 마지막에 나오는 종목 특성상 듀브레유와 신하마가 금메달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됐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듀브레유는 4위, 신하마는 20위까지 미끄러졌다. 두 선수의 발목을 잡은 건 부정 출발. 한 차례 부정 출발(듀브레유)이 나오면서 선수들이 위축됐고, 실격을 우려해 과감하게 스타트하지 못했다. 듀브레유는 100m 기록이 9초63으로 5위, 스타트 순간 삐끗한 신하마는 10초11로 28위에 그쳤다. 페이스를 올려 시간 단축을 노렸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출발에서 벌어진 격차가 워낙 컸다.
듀브레유만큼 아쉬움이 남는 건 신하마였다. 신하마는 일본 기록 보유자(33초79)로 시즌 최고 기록도 34초19로 준수했다. 하던 대로만 해도 가오팅위(34초32)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었다.
일본 언론은 경기 뒤 하나같이 부정 출발 문제를 거론했다. 도쿄스포츠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또다시 판정 의혹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닛칸스포츠도 "신하마에 대한 동정의 목소리가 있다. '왜 부정 출발인가'가 화제"라고 보도했다. 논란의 골자는 '듀브레유가 부정 출발을 한 게 맞느냐'다. 듀브레유의 부정 출발은 느린 화면으로 돌려봤을 때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스포니치아넥스는 '출발 신호(전자 스타트 피스톨)가 나서 움직이는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팬들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쇼트트랙은 경기가 끝나면 심판장이 화면을 돌려보며 실격 선수를 찾아낸다. 심판장의 주관이 경기에 개입될 수 있는 구조다.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선 황대헌과 이준서가 석연치 않은 판정 속에 탈락, 대한체육회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다는 방침을 밝힌 배경에도 이 이유가 있다.
반면 스피드스케이팅 부정 출발은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2월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 오메가 측에 따르면 스피드스케이팅은 선수 경기복에 모션 센서와 포지셔닝 시스템이 부착돼 정밀하게 움직임을 측정한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부분까지 광학 카메라를 이용해 잡아낸다. 그런데도 논란은 계속 확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쇼트트랙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판정 논란의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건 개최국 중국이다. 과학 기술을 불신할 정도로 대회에 대한 불신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