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가격이 고령층 은퇴는 물론 국민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정종우 부연구위원은 지난 9일 '주택의 자산가치 변화가 고령자의 노동 공급과 은퇴 결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고 주택가격이 오르면 고령층이 경제활동을 그만둘 확률이 높아진다는 내용의 분석을 내놨다.
2006년부터 55∼70세 고령자 3664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주택매매가격지수와 노동 공급상황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의 자산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8%포인트(p) 떨어지고 은퇴 확률은 1.3%p 높아졌다.
주택 가격 변화가 은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성별로 보면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연령별로는 72세에 가까울수록 크게 작용했다.
집값이 크게 뛰면 뛸수록 은퇴 성향도 강했다. 주택 가격이 과거 3년간의 추이를 바탕으로 예상한 수준보다 10%p 더 오르면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 폭은 6.5%p, 은퇴 확률 상승 폭은 4.8%p로 더 커졌다.
정 부연구위원은 "주택 자산가치의 변화가 고령자의 노동 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령층의 노후가 부동산 경기 변동과 연관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택 가격 하락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동향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이, 고가(9억원 이상) 주택보다는 저가(3억원 이하) 주택이 대출 부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수도권 3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2020년 기준으로 LTV가 80% 이상인 고 LTV 가구 비중이 3.4%에 달했다. 해당 주택 가격이 5% 하락한다면 고 LTV 가구 비중은 5.1%까지 올라간다.
KDI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신규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19.2%에 그쳤다. 대부분 가계가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만큼 금리가 올라갈수록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지는 구조다.
KDI 송인호 선임연구위원은 "대출 비중이 높은 고 LTV 가구의 경우 가계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한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비수도권은 수도권과 비교해 주택시장이 취약한 만큼 가격 하락기에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나므로, 빚을 많이 끌어다가 지방에 집을 산 사람일수록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