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1시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이 열리는 캐피탈인도어스타디움(메인 링크) 앞은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이날 최대 이슈는 도핑 파문에 휩싸인 여자 피겨스케이팅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출전 여부였다. 오후 2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이 발표될 예정이었고, 출전이 허용되면 발리예바도 보조 링크에서 예정된 훈련을 소화할 것으로 보였다. 취재진이 몰린 이유다.
중국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관계자들의 동선을 제한하는 '폐쇄 루프(Closed Loop)'라는 방역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구역과 구역 사이는 반드시 버스나 방역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도보 이동은 불가능하다.
메인 링크와 보조 링크는 모호한 지점이 있다. 폐쇄 루프 내 구역은 분리돼 있지만, 거리는 차로 1분도 안 걸릴 만큼 가깝다. 걸으면 5분 정도 소요된다. 그래서 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이 사이를 순환하는 작은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코끼리 열차를 떠올리면 된다.
최대 탑승 인원은 9명이다. 배차는 20분 간격. 인원이 많으면 더 많은 버스가 투입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동 거리가 워낙 짧다 보니, 3대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
무사히 보조 링크에 입성하려면 일단 부지런해야 한다. 조직위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보조 링크 내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 기자도 발라예바의 훈련 예정 시간보다 2시간 가서 먼저 줄을 섰다. 늦으면 추위 속에 길게는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탑승과 하차 장면을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 이 작은 셔틀버스는 원래 12명까지 앉을 수 있다. 하지만 운전석 바로 뒷자리는 비워둔다. '중국인'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대부분 일단 그 자리에 앉았다가, 안내 요원에 의해 다시 내린다. 말이 안 통하니, 실랑이로 소요되는 시간도 짧지 않다. 도착한 버스는 건물 입구 바로 앞에서 정차하기 위해 꼭 후면 주차를 시도한다. 이때 철제문을 여닫는 공안(중국 경찰)의 움직임은 매우 굼뜨다.
보조 링크는 방역택시로도 갈 수 없다. 하차가 허용된 지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은 건물 앞까지 진입한 택시를 안내 요원이 막아서더니, 내린 기자 일행을 도보로 메인 링크까지 인솔했다. 다시 9인승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피겨스케이팅은 인기 종목이다. 취재진이 몰린다. 하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너무 험난하다. 조직위의 장소 선정은 적절치 못했고, 운영 방침은 미흡하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실제로 중국인 올림픽 관계자와 자원 봉사자들은 걸어 다닌다.
내부 방역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시 메인 링크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공간은 매우 협소해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다. 공안(중국 경찰)들이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게 한다. 거리두기를 통제하는 인원도 딱히 없다. 보조 링크를 벗어나는 일도 진입할 때만큼 피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