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박장혁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가진 첫 인터뷰에서 취재진과 자신 사이 놓여 있는 플라스틱 쟁반을 보며 남긴 말이다. 녹음 기능이 켜진 취재진의 휴대폰이 쟁반 위에 잔뜩 쌓여 자신 앞으로 운반된 걸 보고 나서였다. 이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선수들과 취재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거리두기를 실현하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외치며 가동한 폐쇄 루프(Closed Loop)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그 효과에 의구심을 주고 있다. 특히 내부 안전은 방치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제대로 통제가 이뤄지는 장소가 믹스트존이다. 선수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조직위 방역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다. 따라서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보다도 엄격한 방침이 적용되고 있다.
일단 쇼트트랙이나 피겨스케이팅처럼 취재진이 많이 몰리는 인기 종목 경기장은 믹스트존 입장 인원을 제한한다. 각 매체가 신청서를 내면, 경기 시작 15분 전 추첨을 통해 출입 명단을 발표한다. 많게는 국가별 9~10개 매체, 적을 때는 4~5개 매체가 경쟁한다.
대회 초반에는 이런 방침을 전해 듣지 못한 취재진이 많았다. 자국 선수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믹스트존을 찾았다가, 안내 요원에게 입장을 제지당하자 당황했다. 취재진과 관계자가 언성을 높이며 실랑이하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도쿄 대회에서는 믹스트존 진입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1m씩 거리두기를 권고받지만, 공간이 협소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루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더니 "심각하게 말하고 있다. 다시 (믹스트존에) 들어오고 싶다면 거리두기를 지켜라"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국 취재진은 취재할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기 싸움도 치열하다.
지난 12일 국립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는 '장외 한일전'이 펼쳐졌다. 한국 취재진은 이날 남자 500m 은메달을 획득한 차민규를 취재하기 위해 일찌감치 믹스트존에 자리했다.
이어 뒤늦게 나타난 일본 취재진이 근처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내 60~70대로 보이는 일본 선수단 관계자가 안내 요원에게 다가가더니 한국 취재진의 자리 이동을 요청했다. 자신의 점퍼를 한국 취재진 근처 철제 울타리에 떡하니 걸어두기도 했다. 다른 한 명은 휴대폰 등 녹음 기기를 올려둘 테이블을 자신들 앞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한국 기자들이 "자리를 비켜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일본 취재진은 비웃음을 보이다가 한국 기자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이 장면을 담으려고 하자 잠잠해졌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더라도, 각국 취재진 사이 기 싸움은 있다. 이번 대회는 특히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