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해 '아픈 손가락'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놓은 지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 육성으로 체질 개선을 선언했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 주가는 휴대폰 사업 종료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2021년 4월 5일 대비 약 20% 떨어졌다. '고객 가치 혁신'을 외치며 힘찬 새해를 기대했지만 연초와 비교해서는 11%가량 빠졌다.
지난해 LG전자는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핵심인 가전은 매출 기준 미국 월풀을 처음으로 제치고 왕좌에 앉았지만, 수익성이 점차 악화하고 있다.
LG전자 H&A(생활가전)사업본부는 2021년 연간 매출 27조1097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 이상의 격차로 월풀을 따돌렸다.
그런데 영업이익률은 작년 2분기 9.6%로 두 자릿수가 깨진 데 이어 4분기에 2.4%로 곤두박질쳤다. 마케팅 비용 절감 노력에도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이 오른 탓이다.
내년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LG전자는 글로벌 가전 수요가 둔화하고 수요·공급 불균형에 따른 원가·물류비 인상 부담이 증가해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만년 적자였던 스마트폰 대신 내세운 전장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장치)·램프·인포테인먼트가 3대 축이다.
LG전자 VS(전장)사업본부의 연간 영업손실은 2020년 3803억원에서 2021년 9329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9년째 적자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던 MC(모바일)사업본부는 2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다 결국 쓸쓸하게 퇴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비롯해 환율이나 금리 등 영향으로 대부분 업체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시장의 큰 흐름을 역행하기는 어렵다"며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에서 기회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 소식을 전할 당시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한 데 이어 작년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출범했다.
LG전자 전장 사업의 흑자 전환 시기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이 해소되는 시점과 맞물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장 사업 턴어라운드(영업이익 흑자 전환)가 늦어지고 있지만 2022년 하반기로 예상한다"며 "글로벌 자동차향 반도체 공급망 이슈로 자동차 생산 차질이 지속되지만 점차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또 "이미 수주한 물량이 매출로 본격화되면서 VS 매출은 성장 궤도에 진입할 전망"이라며 "MC사업의 중단 이후 VS사업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