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의 봄 맞이 국내 여행객을 위한 제주 여행 기획전 이미지 컷. 마켓컬리 제공. 장보기 앱 마켓컬리가 임인년 들어 선보인 첫 여행상품 성적표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것이 마켓컬리 측의 자평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여행상품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비상장기업으로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긴 '유니콘' 마켓컬리가 출시한 상품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평범했다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지난 17일까지 항공권·숙박권·테마파크 등 제주 여행 상품을 온라인 최저가에 선보이는 '제주 여행 기획전'을 진행했다. 여행을 기획 중인 소비자라면 관심을 받을 만한 구성이었다.
먼저 마켓컬리는 김포와 제주, 부산과 제주 등 제주도를 오갈 수 있는 에어서울 국내선 2개 노선을 판매했는데, 편도 총액이 9900원짜리도 있었다. 사용 기간도 다음 달 26일까지로 비교적 넉넉했다. 숙박 상품도 판매했는데, 국내 최대 규모 복합리조트인 제주 신화 월드를 테마파크 '빅3' 이용권을 포함해 최대 68% 할인된 가격에 선보였다. 확실히 저렴한 편이었다.
그렇다면 최종 매출은 어땠을까. 마켓컬리 측은 업무 기밀상 이번 여행상품 판매 수치를 모두 공개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상품의 경우 매진에 가까운 기록을 세우는 등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고 한다.
마켓컬리 측은 선전의 비결로 타깃층을 명확히한데 따른 상품 및 가격 구성을 꼽았다. 휴식을 원하는 커플을 위해서는 호텔 숙박 등 간단한 구성으로 꾸리는 대신 가격을 최대한 낮췄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에게는 테마파크 이용권이나 워터파크 등이 있는 리조트를 맞춤 제안했다는 것이다. . 마켓컬리 관계자는 "타깃층을 확실해 여행객을 위한 상품을 선보인 덕을 봤다. 제주 신화 월드 숙박권 판매 부분 중 리조트형 제품인 신화관 상품이 전체 판매량의 84%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마켓컬리가 새해 들어 처음 선보인 여행상품에 박한 평가를 하는 분위기다. 마켓컬리를 유니콘으로 키웠던 식품군에서 보여줬던 남다른 참신성이 여행상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가 항공, 여행상품 판매를 지난해 시작한 뒤 두어번 상품을 내놓지 않았나. 그때나 지금이나 구성의 핵심이 초저가이거나 혜택 추가에 맞춰있다. 솔직히 마켓컬리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평이한 내용과 구성"이라고 촌평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니콘 기업은 비상장기업으로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곳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식품 분야에서 남다른 감각과 센스있는 상품을 선보이면서 유니콘이 된 것 아닌가. 그런데 여행상품에서는 그런 색다른 시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구성을 보려고 굳이 신규고객이 (마켓컬리에) 유입될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6월 말 사업 목적에 자동차 임대업(렌터카)과 항공권 및 선표 발권 예매업을 추가했다. 처음에는 호텔·여행사들로부터 관련 상품을 공급받아 한정 기간 기획전 형태로 판매했지만, 점차 항공권부터 숙박, 입장권까지 영역을 확대 중이다. 최근 국내 최대
여행사인 모두투어와 '버티컬 커머스'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 제휴도 체결했다. 업계는 마켓컬리의 이런 시도를 몸집 키우기 차원에서 분석한다. 항공권·렌터카는 신선식품보다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매출을 끌어올리는데 수월하다.
마켓컬리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컬리는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서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았다. 만약 상장과 흥행에 성공한다면 기업가치는 5조~7조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에만 있는 신선식품을 찾아 유입된 고객이 많았다. 하지만 식품만으로는 IPO에서 메리트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낮추려다 보니 급하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머커스 업계가 치열한 경쟁 중이다. 길게 봤을 때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