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의 스타 골퍼로 꼽히던 필 미켈슨(52·미국)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PGA 투어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만 하다 동료 골퍼들은 물론, 메인 후원사까지 잃었다.
미켈슨은 23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사과문에서 “무모한 행동이었고, 사람들을 불쾌하게 했다. 부적절한 표현에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미켈슨이 사과문까지 올린 건 이달 초부터 이어진 PGA 투어를 향한 거친 언행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아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창설 움직임을 보인 수퍼골프리그(SGL) 합류가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미켈슨은 지난 3일 아시안투어 대회인 사우디 인터내셔널 대회장에서 “PGA 투어의 탐욕이 역겹다. PGA 투어가 선수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 중계권 등 선수와 연계된 미디어 권리를 거론하면서 사우디 리그 같은 것이 만들어지는 걸 방지하려면 (PGA 투어가) 미디어 권리를 선수들에게 돌려주면 된다. 그들(PGA 투어)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약 200억 달러(23조8000억원)의 디지털 자산을 쌓아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자서전 출간을 위해 미국 골프 전문 기자인 앨런 쉬프넉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미켈슨은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PGA투어는 민주적인 척하지만 실상은 독재 체제다. 선수들을 갈라치기 해서 지배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선수들에게 PGA 투어 지도부와 맞설 힘을 줬다”며 노골적으로 SGL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사우디 내 인권 탄압에 대해선 “그들과 엮이는 게 무섭다”면서도 “내가 왜 그런 것을 신경써야 하는가"며 비속어까지 사용했다.
미켈슨의 연이은 거친 언사는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무엇보다 돈을 밝힌단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동료 골퍼들이 먼저 등을 돌렸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미켈슨이) 이기적이고 무지했다"고 비판했고, 빌리 호셸(미국)은 "미켈슨의 말은 매우 어리석었다. 그가 만든 유산을 더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저스틴 토마스(미국)은 “미켈슨이 PGA 투어에서 얼마나 큰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사우디가 좋다면 가라고 해라. 아무도 안 말린다”고 비난했다.
SGL에 합류할 것이란 소문이 돌던 골퍼들은 PGA 투어 잔류를 선택했다. SGL로부터 1억 파운드(약 1630억원)를 제안받았단 외신 보도가 나왔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세계 최고 선수들이 PGA 투어에서 뛰고 있다. 난 이 곳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또 전 세계 1위 더스틴 존슨(미국)도 “전적으로 PGA 투어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지면서 미켈슨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심했다.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자숙하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최근 한 말에 대해 그는 “일부 발언은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했는데 동의 없이 공유되는 문제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내 의도와 다른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과문이 게재된 직후 미켈슨의 메인 후원사인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마저 등을 돌렸다. 미켈슨과 2008년부터 후원 계약을 해왔던 KPMG는 “계약을 즉시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는 그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고령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던 미켈슨은 한순간에 동료들도, 스폰서도 잃는 신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