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두세 시간 자고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자고 있습니다."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는 24일 새롭게 회사를 이끌게 된 심경을 묻자 약 한 달 동안 잠도 잘 못 자고 있다며 이처럼 답했다
남궁훈 내정자는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임직원의 지지를 받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사내게시판에서 임직원과 소통하면서 용기를 얻었다. 카카오를 사랑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내정 둘째 날 저녁 9시에 시작한 임직원 소통은 자정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채팅하듯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버프'(게임 능력치 상승)를 얻었다는 게 남궁훈 내정자의 설명이다. 위메이드와 카카오게임즈 등을 거친 게임 전문가다운 표현이다.
남궁훈 내정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공식 데뷔에 앞서 임직원과 시장에 기업 가치 제고와 성장을 약속했다. 과감히 회사 성과와 본인의 급여를 연동해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쳤다.
남궁훈 내정자는 "혼자 고민하다 선언의 형태로 사회와 임직원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남겨야겠다고 판단해 '주가 15만원'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고 브라이언(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전화하면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가 15만원 달성 전까지) 연봉을 안 받겠다고 했다. 다른 CEO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어 양해를 구했다"며 "이런 생각을 한 데는 임직원의 응원이 바탕이 됐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남궁훈 내정자에게 큰 부담은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궁훈 내정자는 "70~80%에 달하는 오랜 기간 김 의장과 일했다. 그 모든 시간을 합쳐 지금이 가장 위기에 있는 상황이다. 적임자로 생각한 것은 고맙지만 하필 이렇게 어려울 때 맡겼나"라며 웃음을 보였다.
남궁훈 내정자는 또 "(김 의장이) '잘 부탁한다' 정도로만 말했다. 그다음은 알아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주가 15만원을 목표로 삼고 노력하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는 게 내외부적으로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20일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을 단독 대표로 내정했다. 내달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