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스포츠계 제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제축구선수협회가 러시아 구단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 구제책 마련에 나섰다. 국제축구선수협회는 2일(한국시간) "러시아 클럽에 소속된 외국인 선수들이 조건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국제축구연맹(FIFA)에 계약에 관한 규칙 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전날 러시아 국가대표팀과 클럽팀에 대해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FIFA가 정치적인 이유로 회원국의 월드컵 출전을 금지한 것은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유엔 제재를 받은 유고슬라비아 이후 28년 만이다. 또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종목별 국제연맹(IF)과 각종 대회 조직위원회에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를 지원하는 벨라루스 선수 및 관계자들의 국제대회 초청 또는 참가를 불허하라고 권고했다.
국제축구선수협회가는 러시아 축구 클럽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에게까지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루이 에버라드 선수협회 이사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 따라 러시아 클럽에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고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고 본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FIFA는 2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도 각국 리그 일정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등의 상황에 맞춰 이적에 관한 규칙을 일부 완화하는 등 유연한 대응을 한 바 있다. 에버라드 이사는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매우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선수들에게 러시아를 떠날 자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협회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프로축구 클럽에는 133명의 외국인 선수가 소속돼 있다. 한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26)도 러시아 루빈 카잔에서 뛰고 있다.
한편 국제축구선수협회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축구 선수 2명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협회는 "우크라이나 축구선수 비탈리 사필로(21)와드미트로마르티넨코(25)의 가족, 친구, 팀 동료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구단 카르파티리비프의 유스팀 출신인 사필로는 전차 승무원으로 입대했다가 지난달 25일 수도 키예프 근교에서 러시아군과 교전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클럽 FC 호스토멜에서 뛰는 아마추어 선수 마르티넨코는 그의 어머니와 함께 키예프 인근 자택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 협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축구계의 첫 번째 희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