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오승환(40·삼성 라이온즈)은 지난해 개인 통산 여섯 번째 구원왕(44세이브)에 올랐다. 불혹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에 시즌 중 도쿄 올림픽까지 출전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그는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40세이브 고지를 정복, 여전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손승락(2013년 당시 31세)이 보유하고 있던 리그 최고령 40세이브 기록도 가뿐하게 갈아치웠다.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오승환은 개막 첫 4월 월간 평균자책점이 6.75였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2.13, 피안타율도 0.382로 높았다. 9이닝당 볼넷까지 4.5개로 많아 이닝당 투구 수가 22.5개까지 늘었다. 승계 주자 5명의 득점을 모두 허용했을 정도로 위기관리가 되지 않았다. 야구계 안팎에선 나이에 따른 성적 하락을 의미하는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컸다.
오승환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딱 이것 때문에 부진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했고 그에 따라 훈련량과 페이스 조절 등 여러 변수가 많았던 시즌이었다. 시행착오를 정규시즌에 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삼성은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가 아닌 홈구장이 있는 대구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국외 훈련이 어려워진 탓이었다. 이동 거리가 짧아진 장점이 있지만, 들쭉날쭉한 날씨 탓에 훈련에 애를 먹었다. 백전노장 오승환도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오승환은 노련했다.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려 5월 월간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이후 꾸준함을 유지해 구원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2021년 캠프의 기억은 2022년 준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년 연속 대구 캠프를 소화 중인 오승환은 "다치지 않으려고 많이 고민하고 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상황(날씨), 나이에 맞게 준비하고 있다. (오버페이스를 경계해) 훈련량을 조금 줄이긴 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여전히 삼성 불펜의 중심이다. 삼성은 이번 겨울 사이드암스로 심창민이 NC 다이노스로 트레이드됐다. 필승조 최지광은 상무야구단에 입대, 군 복무에 들어갔다. 불펜의 변화가 큰데 오승환이 지키는 뒷문만큼은 여전히 굳건하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개막 전 불펜이 약하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다들 준비한 것을 보여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며 "올해도 외부 평가와 상관없이 잘 준비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책임감보다 어린 선수나 새로운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가 더 크다"고 했다.
삼성은 내부 FA(자유계약선수)였던 포수 강민호와 재계약했다. 오승환은 강민호의 잔류를 바랐던 삼성 선수 중 하나였다. 그는 "좋은 선수가 잔류한 만큼 나뿐만 아니라 팀 전체에도 긍정적 요인이 많을 것 같다"며 "젊은 투수들과 호흡이 좋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반겼다.
오승환은 지난해 4월 25일 KBO리그 사상 첫 3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차곡차곡 쌓은 세이브가 어느새 339개. 산술적으로 두 시즌 정도 더 뛰면 400세이브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건은 관리다. 2021년 투구 수가 1003구로 2020년보다 213구 늘었다. 팀 내 비중이 큰 만큼 등판 횟수도 잦다.
오승환은 "시즌 때 많이 던지고, 많이 던지더라도 후유증이 안 나오게 하려고 비시즌 동안 준비한다. 올해도 작년처럼 많이 던진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세이브 기록은 팀이 승리해야 나오기 때문에 많이 할수록 좋다. 수치보다 팀 승리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블론세이브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