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축구계가 러시아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떠날 권리’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빠르게 확산하는 국제 스포츠계의 러시아 제재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2일 “러시아 축구클럽에 소속된 외국인 선수들이 아무 제약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국제축구연맹(FIFA)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루이 에버라드 선수협 이사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스포츠계의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러시아 구단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소속 팀을 떠나길 원할 경우 별도의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고도 계약을 종료할 수 있도록 FIFA가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FIFPro의 요구사항은 FIFA가 러시아대표팀과 러시아 클럽의 국제 대회 출전을 무기한 금지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제 대회에 출전할 길이 막힌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안전까지 위협받는 외국인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요구다.
러시아 프로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루빈 카잔에서 뛰는 한국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26)을 포함해 133명에 이른다. 지난 2020년 카잔에 입단한 황인범은 수준급 경기력을 선보여 올 시즌 주장으로 내정됐지만, 지난달 17일 연습경기 도중 발가락 골절 부상을 당해 재활 중이다.
외국인 지도자들도 러시아를 떠나려는 움직임이다. 독일 출신 마르쿠스 기스돌(53)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감독은 2일 “유럽 한복판에서 침략 전쟁을 일으킨 국가에서 일할 수 없다”며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는 “우리 팀 훈련장에서 불과 몇 ㎞ 떨어진 곳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면서 “내 결정이 옳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디나모 모스크바 코치였던 우크라이나 축구영웅 안드리 보로닌(43)도 지난 1일 계약을 해지했다. 가족과 함께 러시아를 떠난 그는 “도시를 파괴하고 시민에게 발포하는 군대를 운영하는 나라에 남을 필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 스포츠계의 제재도 이어졌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과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1일 러시아와 전쟁 협력국 벨라루스에 대해 국제대회 무기한 출전 금지 결정을 내렸다. IIHF는 내년 러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개최권도 박탈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도 러시아와 모든 연결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국제스키연맹(FIS),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국제럭비풋볼연맹(IRB), 국제핸드볼연맹(IHF) 등도 러시아 선수들의 국제 대회 출전 금지 제재에 동참했다. 국제농구연맹(FIBA)도 “앞으로 러시아는 3대3 농구까지 포함한 FIBA 주관 모든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