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인스트럭터로 변신했다. 지난달 기장에 위치한 KT 위즈의 스프링캠프를 방문했고, 이어 울산 문수야구장으로 이동해 두산 베어스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선물했다. 두산 관계자는 "김태룡 단장님과 김태형 감독님이 요청해 오시게 됐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선동열 감독은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통한다. 현역 시절은 물론 코치와 감독으로도 투수 조련사로 명성을 떨쳤다. 배영수, 오승환 등 내로라하는 21세기 삼성 라이온즈 투수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원조 투수 조련사다웠다. 원 포인트 레슨이지만 그 포인트가 다양했다. 앞서 KT 캠프를 방문했을 때는 신인 박영현에게 슬라이더 그립을 가르쳤다. 선 감독은 슬라이더 구사에 어려움을 겪던 박영현에게 중지에 힘을 줘서 던지는 방법을 지도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두산 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지켜보면서 최원준, 곽빈, 이영하, 현도훈에게 각기 다른 조언을 던졌다. 최원준은 슬라이더, 싱커 그립과 체력이 떨어졌을 때 투구 요령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제구 불안으로 고전했던 곽빈, 이영하, 현도훈은 하체 밸런스와 중심 이동하는 법을 중점적으로 익혔다.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선 감독의 해태 타이거즈 후배기도 한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선 감독님과 이야기한 후 투수들의 공도 실제로 괜찮아졌지만, 어떻게 당장 개선되겠나. 당장 좋아진다면 감독님이 날마다 다니셔야 한다”고 웃으면서 “어린 선수들에게는 대한민국 레전드 중의 레전드인 감독님과 프로 입단하자마자 만났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의미 있는 일이다. 선 감독님도 그들에게 칭찬해주시니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두산 지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재훈 두산 투수 코치는 "같은 말을 해도 대한민국 최고 레전드인 선 감독님의 얘기가 (선수들에게) 조금 더 와 닿을 것"이라며 "높은 수준에서 많은 경험을 하신 분이니 내가 모르던 부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감독님 생각과 내 생각이 비슷하면 '이 방향이 바르구나'라는 확신도 생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기 확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삼성 시절 선수로 함께 했던 배영수 투수 코치 역시 "현역 시절 감독님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며 정말 많이 배웠다. 모처럼 뵀는데 최근 트렌드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서도 투수의 '기본'을 다시금 강조하셨다"며 "결국은 기본에 충실해야 다른 것들을 그 위에 쌓을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