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25·당진시청)는 15년 만에 세계 16강에 도전하는 한국 남자 테니스 대표팀의 간판이다. 의미 있는 역사의 선봉장으로 나서는 그는 “홈에서 경기하는 만큼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4~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코트에서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2022 데이비스컵 테니스대회 파이널스 예선을 치른다. 4번의 단식과 1번의 복식으로 진행되는 예선전에서 승리하면 16개국이 겨루는 파이널스에 출전한다.
데이비스컵은 국제테니스연맹이 주최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가대항전이다. 한국 남자 대표팀이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 진출한 것은 15년 전인 2007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예선에서 슬로바키아를 3-1로 꺾고 16강 진출의 감격을 누렸던 한국은 이후 14년간 번번이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다시 파이널스 무대를 밟을 기회가 왔다. 상대인 오스트리아의 에이스 도미니크 팀(51위)이 부상으로 빠졌다. 2020년 US오픈 우승자인 팀은 그해 세계 3위까지 올랐던 최강자다. 또 다른 오스트리아 대표 필립 오스왈드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선수 수가 부족해진 오스트리아 대표팀은 위르겐 멜저 감독까지 선수로 등록해 간신히 엔트리를 채웠다. 멜저 감독은 “급하게 내 이름을 올리게 됐지만, 경기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선수 4명 만으로 예선을 치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은 권순우(65위) 외에 정윤성(367위), 홍성찬(571위), 남지성(복식 247위), 송민규(복식 358위)가 출전한다. 오스트리아는 데니스 노바크(143위), 유리 로디오노프(194위), 알렉산더 엘러(복식 105위), 루카스 미들러(복식 117위)가 나온다. 한국은 권순우가 단식에서 2승을 따내고, 남은 세 경기(단식 2경기, 복식 1경기)에서 1승을 추가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박승규 감독은 “권순우가 2승을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복식도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며 “홈 경기 이점을 잘 살려서 준비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대진 추첨 결과, 권순우는 4일 2단식에서 첫 상대로 로디오노프를 만난다. 이어 5일 3단식에서 오스트리아 출전 선수 중 톱 랭커인 노바크와 맞붙게 된다. 1단식과 4단식은 상대를 맞바꿔 남지성-노바크, 남지성-로디오노프의 대결로 열린다. 5일 진행하는 복식에서는 남지성-송민규 조가 엘러-미들러 조를 상대한다.
권순우만 오스트리아 선수들보다 세계 랭킹에서 앞서 있을 뿐, 다른 3경기는 모두 열세다. 그만큼 에이스의 어깨가 무겁다. 권순우는 3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예선전만 이기면 파이널스에 갈 수 있다. 홈 경기라 부담도 있지만 잘 이겨내 좋은 경기,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권순우는 로디오노프와 이번 대회에서 처음 대결한다. 노바크와는 2019년 챌린저 대회에서 두 차례 만났는데, 노바크가 두 번 다 이겼다. 그러나 권순우는 지난 2년간 기량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승리를 경험했고,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선 3회전까지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