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빙빙·이병헌·김고은·한효주·현빈…. 내로라하던 톱스타를 광고모델로 내세우던 K뷰티 브랜드가 추락하고 있다. 한때 '중국에서 더 유명한 K뷰티 브랜드'라고 알려졌지만, 현재는 자본 잠식에 허덕이거나 매출이 반 토막 난 곳이 허다하다. 중국만 믿고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던 대기업들은 뷰티 사업 철수를 선택하고 있다.
중국서 더 유명하다더니…
제이준코스메틱이 운영하는 제이준은 톱스타를 기용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화장품 브랜드다. 전성기였던 2018년에는 마스크팩 매출만 1000억원에 달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한류스타 외에도 중국 최고의 배우인 판빙빙을 모델로 삼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사드 후폭풍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이준코스메틱도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2019년 매출 400억원, 영업손실 449억원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이듬해에는 매출 260억원, 영업손실 11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20억원, 영업손실 89억원을 냈다. 최근 4년간 순손실만 약 1000억원에 달하면서 기업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제이준코스메틱의 주요 종속기업은 자본잠식 상태다.
뷰티 사업 대신 다른 분야에 도전하며 재기를 모색 중이다. 최근 미용의료기기 사업에 도전장을 내고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피부 시술용 레이저 장비인 '피코맥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용의료기기 분야 경쟁이 치열해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콘셉트로 출범한 지피클럽의 화장품 브랜드 'JM솔루션'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JM솔루션은 2016년 중국에서 론칭한 마스크 팩이 빅 히트하면서 국내로 역진출했다. 2018년 이병헌, 김고은, 한효주를 나란히 모델로 발탁한 뒤 TVC를 공격적으로 쏟아부었다.
지피클럽은 2019년 글로벌 IB 골드만삭스PIA로부터 75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조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업황이 기울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떨어지면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계획도 달성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이른바 '현빈 마스크팩'으로 알려진 '메디힐'을 운영하는 엘앤피코스메틱은 해가 갈수록 매출과 영업이익이 떨어져 울상이다. 2016년 3988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1747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309억원에서 12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대기업도 화장품 사업 철수
중국을 중심으로 K뷰티가 잘 나가자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을 냈던 대기업은 브랜드 철수를 선택하고 있다.
이마트는 '정용진 화장품'으로 불렸던 '스톤브릭'의 오프라인 사업을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정리했다. 2019년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약 2년 만이다.
스톤브릭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NS에서 홍보하며 주목받았다.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잡고, 화장품 케이스를 '레고'와 유사하게 만들며 재미를 더했다. 유통업체가 쉽게 선택하는 자체브랜드(PB)가 아닌 제조업자 브랜드(NB)였기에 기대가 컸다. 이마트는 지난해 4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고, 사업 철수를 택했다.
이마트 측은 "스톤브릭 오프라인 사업은 철수 예정으로 수익성을 중심으로 전문점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도 지난 1월을 끝으로 화장품 브랜드 ‘라이크와이즈’를 접었다. 코오롱FnC는 앞선 2019년 화장품 브랜드 '엠퀴리'를 선보였으나 약 1년 만에 판매를 종료한 바 있다. 국내 간판 패션 전문 기업의 화장품 사업 외도가 실패로 끝난 셈이다.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반짝하다 잊히는 화장품 브랜드 중에는 처음부터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잡고 시작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차곡차곡 갖춘 K뷰티 브랜드여야 롱런도 가능하다. 중국 시장이 뜬다면서 모든 투자와 마케팅을 그쪽에 맞추면 사업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