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연합뉴스 완성차 업계가 분주하다.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가 이미 시장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기아·쌍용차·르노삼성·한국GM 등이 뒤따르고 있다.
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이하 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를 시작으로 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중고차매매업 참여를 위한 내부 준비에 들어갔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7일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중고차 사업 비전과 사업 방향을 최초로 공개했다.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 이내’ 차량 중 품질검사를 통과한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중고차 판매에 나선다는 게 골자다. 그 외 중고 차량은 직접 판매하지 않고 기존 업체들에 넘기기로 했다. 중고차 업체들과의 상생을 위해 2024년까지는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현대차가 만드는 중고차 통합 포털의 온라인 중고차 전시장. 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발표 이후 기아도 전북 정읍에 사업자 등록을 신청하는 등 중고차 사업 진출 작업에 들어갔다. 나머지 3사도 중고차 시장 참여를 위해 준비 중이다.
협회는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시 6개월 내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시 오는 2026년 이들 업체의 합계 시장 점유율은 7.5~12.9%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26년 중고차 판매 예상 규모 중 매매업자거래 비중을 해외 선진 시장의 70% 수준으로 가정한 결과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매매시장 독과점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공정거래법은 1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 3개 이하 기업들의 합계 시장 점유율이 75% 이상인 경우 독과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협회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입 시 독과점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거래 안전성 제고에 따른 시장 규모 확대, 다양한 거래 시장 발전으로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소비자 후생을 높이고 자동차 부품산업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등 산업 생태계의 외연을 확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만드는 중고차 통합 포털의 온라인 중고차 전시장 완성차 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에 중고차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당장 현대차를 걸고넘어졌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현대차의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 이내’ 차량 판매는 소위 A급 중고차 매물을 독점하겠다는 의도”라며 “상생하겠다고 내놓는 프로그램들의 실상은 결국 중고차 업계를 고사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선 이후인 다음 주 중 중고차 시장의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업계에서는 중기부가 여론을 의식해 중고차 사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에 지정해달라는 중고차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되 시장점유율 제한 등의 조건을 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