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 한국 선수단의 최연소 국가대표 최사라(19·서울시장애인스키협회)가 생애 첫 패럴림픽을 마쳤다.
최사라는 12일 중국 베이징 옌칭 국립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베이징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시각장애 부문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49초37을 기록, 출전 선수 15명 중 11명이 완주한 가운데 10위에 올랐다.
최사라는 1차 시기에 55초33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차 시기에 2명이 실격했고, 완주한 13명 중 12위에 자리했다.
2차 시기에 조금 더 빠른 54초04를 기록한 최사라는 최종 10위가 됐다. 2차 시기 기록만 따지만 11위였다.
최사라는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에는 나이 제한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범 선수로 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코스를 질주하며 4년 뒤 베이징 무대를 향한 꿈을 키웠다.
워낙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내심 메달을 기대했다. 최사라는 2019년 프랑스 바흐 세계장애인알파인스키대회에서 회전, 대회전 금메달을 따 2관왕에 올랐고, 지난 1월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박종철 한국 선수단 총감독은 최사라를 메달 기대주로 꼽기도 했다.
기대했던 메달은 나오지 않았다. 최사라는 지난 11일 열린 대회전을 11위로 마쳤다. 그러나 2개 종목, 4차례 레이스를 모두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최사라는 경기를 마친 뒤 “첫 패럴림픽이어서 긴장했다. 그래도 (패럴림픽 첫 레이스였던)어제보다는 긴장을 조금 덜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비장애인 청소년 대표 출신인 가이드러너 김유성은 “어제 최사라가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오늘은 그나마 긴장이 많이 풀렸다”며 “어제보다는 자기의 실력을 조금 더 발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쉬운 점이 있었냐는 말에 최사라는 “첫 경기에서 더 잘 탈 수 있었는데 긴장하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롭게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사라가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하기까지 여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2020년 6월부터 1년 반 넘게 호흡을 맞춰온 김유성 가이드러너가 베이징 출국을 나흘 앞둔 지난달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알파인스키 시각장애 부문에서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인 가이드러너가 팀을 이뤄 레이스를 펼치기 때문에 둘의 호흡이 무척 중요하다.
가이드러너는 선수의 길을 안내한다. 코스를 먼저 출발해 슬로프를 내려오며 블루투스 마이크를 통해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 선수에게 지형 변화, 위기 상황 등을 전달한다.
다행히 김유성 가이드러너는 완치 판정을 받아 지난 4일 베이징에 입성했고, 최사라와 함께 설원을 달렸다.
최사라는 “가이드러너가 못 오게 될까봐 걱정이 컸다. 다행히 베이징에 와 함께 경기를 뛸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김유성 가이드러너는 “베이징을 목표로 연습도, 운동도 정말 많이 했는데 다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밝혔다.
첫 패럴림픽이 “관중이 많아 신기했다”는 최사라는 쌍둥이 동생인 최길라의 응원도 듬뿍 받았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역시 시각장애인인 동생 최길라도 알파인스키 선수로 뛰었다.
최사라는 “동생이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힘내라고 응원해줬다”더니 “라이브 방송에 댓글도 달아줬다”며 미소지었다.
첫 패럴림픽 무대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와 실력을 겨룬 최사라의 꿈은 더욱 커졌다. 다음 패럴림픽에서는 메달을 품에 안겠다는 각오다.
최사라는 “첫 패럴림픽에 나온 것도 경험이다. 저보다 잘 타는 선수가 많다. 더 열심히 해서 그 선수들보다 잘 타려고 노력하겠다”고 전한 뒤 “다음 목표는 패럴림픽 메달이에요”라고 말했다. 수줍은 말투지만 당찬 포부였다.
패럴림픽공동취재단
베이징=김영서 기자 kim.yo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