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윈회(KBO)는 "올 시즌을 마친 후 은퇴하는 이대호가 그동안 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준 공로를 존중, 은퇴 투어를 진행하기로 10개 구단과 논의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대호는 "나머지 9개 구단과 KBO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올 시즌 더 책임감 있게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은퇴 투어는 10개 구단 팬들 앞에서 인사하고 그라운드를 떠나는 영광스러운 이벤트다. 자격을 얻기도 쉽지 않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지금껏 은퇴 투어를 하고 떠난 선수는 '국민타자' 이승엽이 유일했다. 이후 몇몇 선수의 은퇴 투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논란 속에 성사되지 않았다. 〈YONHAP PHOTO-1423〉 〈아시안게임〉 이대호 축하받는 추신수 (광저우=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13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야구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한국-대만 경기. 1회말 1사 1루 추신수가 2점 홈런을 친뒤 더그아웃에서 이대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10.11.13 leesh@yna.co.kr/2010-11-13 19:28:22/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 달 전 이대호도 자신의 은퇴 투어에 대해 찬반 여론이 부딪히자 "구단에 은퇴식도 안 하고 싶다고 했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릴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SSG 랜더스)가 "이대호 같은 선수가 은퇴할 때 박수를 받지 못하면 누가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대호가 아니라면) 누가 은퇴 투어를 할 수 있을지 역으로 묻고 싶다"고 응원했다.
논의 끝에 KBO는 은퇴 투어 개최를 결정했다. 이로써 이대호는 KBO 역사상 두 번째로 전 구장을 돌며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승엽 KBO 홍보대사는 이대호와 함께한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하며 "대호야, 올 시즌 후회 없이 고마 막 쌔리뿌라. 마무리 잘하자"며 후배를 응원했다.
이대호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다. 미국과 일본에서 5시즌을 뛰었음에도 KBO리그 역대 통산 홈런 공동 3위(351개)에 올라있다. 2011년에는 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타격 7개 부문(타율, 홈런, 타점, 안타, 득점, 장타율, 출루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도 작성했다.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 주역으로 활약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세 차례 뽑혔고, 초대 우승을 차지한 2015 프리미어12도 함께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몸담은 2015년 한국인 선수 최초로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이듬해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며 15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에서 이대호는 롯데를 상징하는 슈퍼스타다. 그의 이름 앞에는 '거인의 심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이대호의 은퇴 투어 개최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다. 나도 어릴 적 아버지와 야구장을 찾아 좋아하는 선수와 팀을 응원하며 꿈을 키웠다. 이대호가 훌륭한 커리어를 마치는 과정에서 축하받는다면 선수와 팬들에게 모두 의미가 있지 않겠나. 소중한 은퇴 투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이대호가 7회 1사 1,2루서 신용수 대타로 나와 1타점 좌전안타를 날리고 기뻐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6.27. 이대호의 마지막 소망은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이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시즌은 1992년이다. 이대호가 막 야구를 시작해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였다. 2017년 롯데와 4년 150억원에 계약하며 고향으로 돌아온 이대호는 2021년 롯데와 2년 26억원에 재계약한 뒤 "2022시즌이 끝나면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롯데와 이대호는 이 계약에 우승 옵션 2억원을 포함, 한국시리즈 챔피언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그는 "오늘(14일) 은퇴 투어 결정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 기쁘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9개 구단이 나 한 명을 위해 계속 신경을 써 그만큼 부담감이 있다"며 "동시에 올해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도 더 크게 느껴진다. 우리 팀이 잘해야 많은 팬이 야구장 찾아올 것이고, 다 같이 즐기는 분위기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후배들과 힘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이대호 은퇴 투어의 세부 일정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한 달 전 밝힌 원정 구장에서 마지막 경기 때 팬 사인회를 열고 싶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나 혼자 하는 은퇴식이 아니다. 팬들과 함께하는 행사가 되면 좋겠다. 나를 보러 와주신 팬들께 사인하고, 함께 사진을 촬영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신경을 써준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