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복귀는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한다. 1990년대 후반,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배우 심은하 이야기다.
16일 심은하가 드라마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심은하가 종합 콘텐트 기업 바이포엠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 실제 심은하가 이 작품에 출연할 경우 은퇴를 선언한 2001년 이후 약 20년 만의 복귀가 된다. 강산이 두 번은 바뀌었을 시간이다.
심은하의 첫 드라마 출연작은 1993년 인기리에 방송됐던 MBC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이다. ‘한지붕 세가족’은 1986년 11월 처음 방송돼 무려 8년여 동안 방송을 이어온 MBC의 간판 드라마였다. 감우성, 김원희, 김혜수, 한석규 등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톱스타들이 여럿 ‘한지붕 세가족’을 스쳐 갔다. 심은하는 이 작품에서 최상진과 호흡을 맞추며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했다.
심은하를 톱스타 반열에 올린 작품은 이듬해 방송된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다. 포근한 니트에 롱스커트. 왠지 누군가의 첫사랑일 것만 같은 심은하의 청순한 이미지에 안방극장은 녹아내렸다. ‘국민 첫사랑’ 수지가 이전에 심은하가 있었다. 심은하는 1993년 MBC 공채 22기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고작 2년 만에 전 국민이 사랑하는 국민 배우로 성장했다. 1994년 8월 방송됐던 MBC 납량특집 드라마 ‘M’은 심은하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M’은 낙태 수술로 죽은 태아의 기억분자. 이 M이 마리(심은하)의 몸을 지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한 심은하의 초록색 눈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낙태를 죄악으로 보는, 현재의 가치관으로 보면 시대착오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으나 심은하와 김지수의 동성 키스신 등 재평가할만한 파격적인 시도도 많았다. 1998년, 심은하를 영원히 청춘의 얼굴로 기억하게 할 영화가 개봉했다. 한석규와 호흡을 맞춘 ‘8월의 크리스마스’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사진사 정원(한석규)과 명랑한 스무 살 주차 단속요원 다림(심은하). 전성기 심은하의 미모와 청초한 분위기는 이 작품만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김수현 작가도 심은하와 작업을 한 적이 있다. 1999년 방송된 SBS 드라마 ‘청춘의 덫’을 통해서다. 남자에게 버림받은 후 복수를 꿈꾸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심은하는 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성숙한 연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청춘의 덫’은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 이 드라마에서 심은하가 한 대사인 “당신, 부숴버릴 거야”는 여전히 많은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