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홀드를 기록하며 신인상 투표 2위에 올랐던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21)이 선발 투수 전환 테스트를 받는다.
최준용은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시범경기에 8-0으로 앞선 5회 초 박세웅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5회부터 6회까지 30개의 공을 던진 최준용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2020년 프로에 데뷔한 그의 한 경기 최다 투구가 2이닝이었다. 게다가 시범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었다.
최준용이 이날 3이닝을 책임진 건 보직 전환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다만 선발과 불펜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투 트랙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준용은 지난해 20홀드(4승 2패)를 차지한 불펜 투수다. 총 44경기에 등판해 47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은 2.85로 좋았다.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직구 구위를 자랑하며 셋업맨으로 맹활약, 롯데가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펼치도록 허리를 책임졌다.
그는 지난달 스프링캠프 시작하면서 선발 투수 변신을 준비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그동안 최준용의 보직 전환 가능성을 꽁꽁 숨겨왔다.
롯데가 이런 선택을 한 건 선발 마운드가 약하다는 방증이다. 박세웅을 제외하면 확실한 믿음을 주는 국내 투수가 없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바뀌었고, 4~5선발을 놓고 경쟁 중인 이인복과 이승헌, 김진욱 등은 경험이 적다. 서튼 감독은 "5선발에 여러 옵션을 두는 건 좋은 방법이다. 최준용이 선발 투수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적 있고, 캠프 전에 최준용과 이야기를 나눠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준용은 14일 선발 등판에서 나름 합격점을 받았다. 3이닝 동안 44개의 공을 던졌고 무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리키 메인홀드 투수 코치는 이날 경기 종료 후 최준용에게 "네가 가진 구종을 잘 활용하면서 멋진 투구를 보여줬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칭찬했다.
다만 선발진 진입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최준용이 밝힌 불펜 최다 투구는 40~50개다. 여느 선발 투수의 절반 수준이다. 선발 등판 시 100개 가까운 공을 던지는 것은 당장 무리다. 불펜 투구를 늘려야 한다.
체력적 부담도 뒤따를 수 있다. 최준용의 최고 무기는 회전수가 많은 직구다. 하지만 14일 경기에서 이닝이 거듭될수록 힘이 떨어졌다. 이날 최고 스피드는 시속 149㎞까지 나왔지만 7회 직구 최저 시속은 14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최준용의 직구 구사율은 70%가 넘는다. 구종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구 위력이 감소하면 어려움을 맞을 수 있다. 최준용도 "구속이 조금 떨어지는 걸 느꼈지만 몸을 만들어 시즌에 돌입하면 크게 문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난해 5월 어깨 근육 파열로 이탈한 전력이 있어 보직 변경에 따른 몸 상태 관리도 중요하다.
서튼 감독은 "남은 시범경기에서도 최준용을 선발로 계속 활용해 지켜볼 것"이라면서 "선발이 안 되더라도 원래 맡던 셋업맨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최준용은 "보직과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 지금까지 특별히 어려움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