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0㎞를 훌쩍 넘는 강속구는 모든 투수의 꿈이다. 불같은 강속구를 던져 삼진을 잡아내는 장면은 야구의 묘미이기도 하다. 올해 KBO리그는 일찌감치 ‘강속구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개막(4월 8일)이 2주 넘게 남았지만, 예열을 마친 파이어볼러들의 전초전이 뜨겁다.
올 시즌 가장 두드러진 강속구 투수는 두산 베어스의 새 외국인 선수 로버트 스탁(33)이다. 그는 한국 무대 첫 시범경기 등판인 지난 15일 KT 위즈전에서 최고 시속 156㎞의 직구를 던졌다. 이날 던진 공 34개 중 24개를 직구로 채웠는데, 최저 구속이 웬만한 투수의 최고 구속보다 빠른 시속 148㎞나 됐다.
스탁은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 뉴욕 메츠에서 불펜 투수로 뛰면서 최고 시속 101마일(약 162.5㎞)을 기록했던 강속구 투수다. 평균 시속도 96.2마일(약 155㎞)에 달했다. 그는 “직구는 내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시즌 내내 직구 구위에는 자신이 있다”며 “정규 시즌에는 시속 160㎞ 이상으로 볼 스피드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3)은 국내 강속구 투수의 대표 주자다. 지난 15일 시범경기 LG 트윈스전에서 역시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던졌다. 안우진은 2020년 10월17일 고척 두산전에서 시속 160㎞ 고지에 도달한 적도 있다. 9회 초 1사 후 김재환 타석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5번째 직구가 시속 160㎞로 측정됐다.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50이닝 이상 소화한 국내 투수 중 직구 평균 시속 150㎞를 넘긴 투수는 고우석(LG·시속 152㎞)과 안우진(시속 151㎞)뿐이다. 고우석은 짧은 이닝을 전력투구할 수 있는 마무리 투수다. 힘을 안배하면서 던져야 하는 선발 투수 중 시속 150㎞대의 공을 뿌리는 건 안우진이 유일하다.
안우진은 특히 전체 투구 중 시속 150㎞ 이상을 기록한 공의 비율이 가장 높은 투수로 집계됐다. 지난해 던진 공의 16.1%가 시속 150㎞를 넘겼다. 2위 윌머 폰트(SSG 랜더스·12.9%)를 크게 앞섰다.
안우진은 올해도 시범경기부터 지난해 최고 구속(시속 157㎞)에 육박하는 위력을 뽐내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6과 3분의 1이닝 9탈삼진 2실점) 호투가 안우진에게 변곡점이 된 것 같다. 시즌 준비를 잘했고, 많이 성장했다”며 반겼다.
삼성 라이온즈 알버트 수아레즈(33)와 SSG 이반 노바(35)도 파이어볼 레이스에 합류할 태세다. 수아레즈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최고 시속 160㎞를 찍었다. 올 시즌 삼성 새 외국인 투수로 계약한 뒤 “한국에서도 시속 160㎞의 강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수아레즈는 아직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다. 대신 두 차례 라이브 피칭에서 시속 150㎞까지 구속을 끌어 올렸다. 황두성 삼성 투수코치는 “구속과 제구,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호평했다.
노바는 MLB 통산 90승을 올린 최정상급 투수다. 개인 최고 구속이 시속 159㎞에 이르고, 지난 시즌에도 최고 시속 153㎞를 기록했다. 그는 첫 시범경기 등판인 16일 키움 전에서 직구와 투심패스트볼 모두 시속 150㎞를 찍어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딛는 신인 투수들 역시 선배들과 구속 경쟁을 벌인다. 한화 이글스 1차 지명 신인 문동주(19)는 지난 1일 불펜 피칭에서 최고 시속 155㎞의 직구를 던져 화제를 모았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는데도 시속 150㎞를 훌쩍 넘는 구속이 나오자 메이저리그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마저 감탄사를 내뱉었다. 문동주는 지난 11일 내복사근 손상으로 재활군에 합류했다. 한화는 “2주간 안정을 취한 뒤 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문동주가 부상을 털고 다시 공을 잡으면 한화 마운드에도 봄이 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