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보이' 이상호(27)가 한국 선수 최초로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시즌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낼 만한 뛰어난 성과였다.
지난 2월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 출전한 이상호. [연합뉴스] 이상호는 19일(한국시간) 독일 베르히테스가덴에서 끝난 2021~22 FIS 월드컵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 회전 3·4위전에서 루카스 마티스(오스트리아)를 0.14초 차로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마지막 개인 경기를 끝낸 이상호는 알파인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부 종합 순위에서 랭킹 포인트 604점으로 2위 슈테판 바우마이스터(독일·506점)를 98점 차로 제치고 1위를 지켜내며 종합 우승을 확정했다.
이상호가 출전하는 알파인 스노보드는 평행 회전과 평행 대회전의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평행 회전과 평행 대회전 각각 월드컵 경기 성적에 따라 시즌 랭킹을 따지고 두 종목 성적을 더한 종합 순위에서 이상호는 1위에 올랐다. 이상호는 평행 회전에서 245점으로 안드레아스 프로메거(오스트리아·266점)에 이어 2위, 평행 대회전에서 바우마이스터(384점)에 이어 2위(359점)로 마쳐 종합 우승을 일궜다.
이날 예선 전체 2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이상호는 16강전에서 다니엘레 바고차(이탈리아)를 0.14초, 8강전에선 미할노바치크(폴란드)를 0.28초 차로 제쳤다. 준결승전에선 프로메거에게 0.06초 차로 패했으나 3·4위전에서 마티스에 역전승,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강원도 사북 출신으로 초등학교 시절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 '배추 보이'로 불린 이상호는2017년 3월 터키 카이세리 월드컵 2위에 올라 한국 선수 최초로 FIS 월드컵에서 입상했다.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남자 평행 대회전 은메달을 땄다. 한국 스키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금메달을 겨냥하고 출전한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이상호는 0.01초 차이로 8강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한 달 후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혼성 단체전 1개 포함)를 따내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호는 대한스키협회를 통해 "시즌 종합 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돼 너무 기쁘다. 모든 종목에서 우승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며 "좋은 성적을 내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신 대한스키협회 신동빈 명예회장님, 대한스키협회, 그리고 후원사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남자부 경기에선 김상겸도 예선 16위로 본선 토너먼트에 올랐으나 첫 경기에서 에드윈 코라티(이탈리아)에게 져 최종 16위에 자리했다. 남자부 결승에선 프로메거가코라티와 공동 우승을 차지, 평행 회전 시즌 랭킹 역전 1위를 차지했다. 여자부 정해림은 예선 27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