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지난해 11월 10일 열린 두산베어스와 삼성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 2회말 2타점 적시2루타를 치고 진루해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장수 외인의 반열에 오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4·두산 베어스)가 네 번째 시즌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올해 페르난데스의 페이스는 조금 늦다. 합류가 늦어진 탓이다. 두산은 지난 2월 페르난데스와 재계약(총액 110만 달러)을 발표했다. 재계약 합의는 연초에 진작 마쳤지만, 페르난데스가 모국 쿠바의 국내 상황 탓에 여권 갱신이 늦어지면서 발표와 선수단 합류가 늦어졌다. 지난달 23일 입국한 그는 자가격리를 마친 2일부터 선수단과 합류해 지난 20일에야 시범경기에 처음 출장했다.
페이스가 늦어진 탓일까. 페르난데스는 첫 출장인 20일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1회 초 기록한 좌익수 뜬공은 정면에서 잡히긴 해도 잘 맞은 타구였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타석은 완전히 빗맞은 타구로 느린 내야 땅볼만 치고 물러났다. 8회 초 다시 한 번 안타성 코스로 타구를 날렸으나 삼성 유격수 김지찬의 글러브에 걸리며 직선타로 물러나야 했다.
물론 베테랑 외국인 타자인 페르난데스에게는 의구심보다는 믿음의 시선이 더 많다. 2019년 한국 땅을 밟았던 그는 올해로 KBO리그 4년 차가 됐다. 이제 그에게도 ‘장수 용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페르난데스는 “한국 문화와 KBO리그 문화에 잘 적응한 덕분인 것 같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 장수할 수 있었던 듯하다”고 돌아보면서 “당연히 최장수 외인 기록도 노리고 싶다. 물론 두산에서 이루고 싶다”고 웃었다.
재계약에는 성공했지만 올해는 페르난데스에게 분기점과 같다. 지난해 그의 장기인 콘택트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KBO리그 첫 2년 동안 0.340 이상의 타율, 197개 이상의 안타를 때려냈다. 2년 모두 최다안타 1위였고 타율도 2위와 5위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는 타율 0.315 170안타에 그쳤다. 페르난데스는 다른 외국인 타자들에 비해 장타력과 수비력이 떨어진다. 나이 역시 어느덧 34세로 에이징 커브를 우려해야 하는 시기다. 장기인 콘택트 능력이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5번째 시즌을 담보하기 힘들다. 페르난데스는 “확실한 개인 목표 두 가지 생각하고 왔다. 타격왕과 최다 안타. 그 목표를 보고 왔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타격에서 부활하려면 올 시즌 달라진 스트라이크존과 타순 등 몇 가지 변수를 돌파해야 한다. 페르난데스는 “스트라이크존이 커졌다는 설명은 들었고 (실전을 뛰지 않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영상을 확인했다. 리그가 결정했으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응하겠다고 밝혔다.
타순도 달라진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까지 그는 주로 2번 타순으로 출장했다. 지난 3년 동안 2번 타자로는 1273타석에 출장한 반면 3번 타자로는 370타석에 불과했다. 성적도 2번 타순에서 타율 0.339 OPS(출루율+장타율) 0.895를 기록해 3번 타순(타율 0.328 OPS 0.865) 때보다 조금 나았다. 그러나 꾸준히 3번 타순을 지켜주던 박건우(NC 다이노스)가 FA(자유계약선수)로 이탈하면서 올 시즌은 3번 타순 출장이 예고되어 있다. 그는 “타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주자가 나가면 타점으로 불러들이고 최대한 안타를 많이 치는게 내 역할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