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는 강정호(35)의 복귀를 결정하면서 현장 목소리는 듣지 않았다. 선수단을 총괄, 지휘하는 홍원기 감독도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강정호 복귀 건은) 조용히 진행하려고 (계약 논의 상황을) 대표이사님과 홍보팀장 정도에게만 오픈했다"고 말했다.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는 구단 몇몇 수뇌부만 공유한 채 극비리에 진행됐다. 정보가 새어나가면 계약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던 만큼 물밑에서 논의가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홍원기 감독은 강정호 영입에 대해 발언권이 없었다.
고형욱 단장이 강정호와 처음 통화한 건 지난 12일이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체류 중인 그에게 KBO리그 복귀 의사를 물었다. 이틀 뒤 강정호의 대리인을 맡은 리코스포츠에이전시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고 17일 계약서에 사인했다. 홍원기 감독에게 관련 내용이 보고된 건 계약 완료 하루 전인 16일이었다.
고형욱 단장은 감독을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제외한 걸 두고 "한창 시범경기 중이고 (시즌 개막전) 전력을 구상해야 한다. 신경을 덜 쓰게 하려고 이렇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2021년 2년 계약한 홍원기 감독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홍 감독은 강정호 계약이 발표된 뒤 "사실 제 임기가 올해까지라서 강정호가 오는 것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강정호는 'KBO 징계 미이행' 상태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뛰던 2016년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4%의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도 구단(히어로즈)에 보고하지 않은 음주 교통사고가 두 차례 있었던 게 확인돼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가중 처벌이 불가피했다. 그 결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당시 KBO리그 소속이 아니어서 즉각적인 철퇴는 피했지만 2020년 6월 국내 복귀를 선택해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받았다.
부정적 여론 때문에 강정호는 KBO리그 복귀를 포기, 징계를 이행하지 않았다. 선수 등록이 되면 1년 유기실격 징계 때문에 2022시즌을 뛸 수 없다. 빨라야 2023시즌에야 복귀가 가능한데 홍원기 감독의 계약 만료 이후다. 강정호 영입에 대해 홍원기 감독의 발언권이 없었다는 건 선수단에 "내년 시즌 감독이 바뀔 수 있다"는 시그널로 전달될 수 있다.
2019년 8월 오승환의 KBO리그 복귀가 결정된 뒤 김한수 당시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난감했다. MLB에서 복귀한 오승환도 강정호와 마찬가지로 KBO리그 징계를 먼저 소화해야 했다. 빨라야 2020시즌부터 뛸 수 있는데 김한수 감독의 임기는 2019년이 마지막이었다. 오승환 영입 효과를 물어도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답이 나왔다. 삼성의 한 선수는 그때 "감독의 거취에 관련한 냄새는 선수가 가장 잘 맡는다"고 의미심장한 얘길 했다.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가 발표된 뒤 키움의 선수단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성공적으로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개막전을 준비하던 홍원기 감독에게 뜻하지 않은 대형 악재가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