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차량 출고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에서도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면서 실적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자 우위 시장' 속 차량 가격 인상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올해 역시 차 값을 올리는 이른바 '덜 팔고도 많이 남기는 전략'을 쓰고 있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너도나도 영업이익 '급증'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코로나19 사태와 반도체 대란에도 지난해 매출 761억 유로(약 101조9260억 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5억 유로(약 3조3484억 원)로 2020년 5억 유로(약 6696억8500만 원)와 비교해 451%나 증가했다. 영업수익률은 3.3%에 달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39억1400만 달러(약 16조8902억 원)로, 전년보다 10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우디그룹도 지난해 약 530억 유로(약 71조1110억 원)의 매출액과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54억9800만 유로(약 7조3760억 원)를 달성했다. 영업 이익률은 10.4%를 기록했으며 77억5700만 유로(약 10조4060억 원)의 순현금 흐름을 나타냈다.
BMW그룹의 매출도 전년 대비 12.4% 증가한 1112억3900만 유로(약 148조8299억 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4억 유로(약 17조9800억 원)로 전년보다 177.4% 증가했다.
순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1520억 유로(약 205조4128억 원), 조정 영업이익은 180억 유로(24조3252억 원)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통해 11.8%의 이윤을 달성했고, 순이익 역시 3배가량 증가한 134억 유로를 기록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지프 등을 보유한 스텔란티스 역시 출범 첫해인 2021년 전년보다 약 3배 성장한 134억 유로(약 18조1087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순매출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1520억 유로(약 205조4128억 원), 조정 영업이익은 180억 유로(24조3252억 원)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통해 11.8%의 이윤을 달성했고, 순이익 역시 3배가량 증가한 134억 유로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차·기아 역시 호실적을 거뒀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6조67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9% 증가했다. 2014년(7조5500억 원)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연간 매출액도 역대 최고로 집계됐다. 작년 매출액은 117조6106억 원으로 전년보다 13.1% 늘었다. 이는 역대 최고 매출액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5조7464억 원을 넘어섰다. 현대차 매출액은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아는 매출·영업이익·순이익에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657억 원을 기록했는데, 전년보다 145.1%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매출 역시 18.1% 증가한 69조8624억 원을 기록,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7.3%였다.
공급자 우위 시장...올해도 전망 밝아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이 같은 호실적의 이유로 '공급자 우위 시장'을 꼽는다.
코로나19로 눌려 있던 수요가 지난해 폭발적으로 터지면서 공급이 이를 뒤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상황은 완성차 업체에 더욱 유리해졌다.
일부에서는 자동차 회사들과 딜러들이 차 가격을 올려 ‘덜 팔아도 더 남기는 전략’을 쓴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마디로 생산 비용 증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7% 증가했지만, 판매량은 490만대로 전년 530만대에서 8% 감소했다. 벤츠도 같은 기간 승용차 판매량이 205만4900여 대로 전년보다 5% 줄었다.
아우디 역시 2021년 판매량은 총 168만512대, 전년(169만2773대) 대비 -0.7%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출고를 1년가량 기다려야 할 만큼 공급이 정체된 시장에서 제조사와 딜러들이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차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자동차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의 호실적이 예상된다.
국내 시장만 놓고 봐도,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11일 주력 차종인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100만~200만원 올린 데 이어 15일에는 모델3 최하위 트림(스탠다드) 차 값을 6159만 원에서 6469만 원으로, 모델Y 최상위 트림(퍼포먼스)을 8799만 원에서 9239만 원으로 올렸다.
두 차례 합쳐 저사양 모델은 310만 원, 고사양 모델은 540만 원이나 뛰었다. 모델S나 모델X의 경우 아예 차량 가격을 정해놓지 않고 '시가'로 파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현대차 아반떼는 2020년 1570만 원(이하 최하위트림 기준)이던 가격이 올해 1866만 원으로 300만 원 가까이 뛰었다. 현대차 싼타페 신형의 가솔린 모델 가격은 3156만 원으로 이전 모델보다 각각 181만 원 올랐다. 2020년 11월 기존 모델이 출시된 지 1년 만에 6.1% 상승한 것이다. 통상 자동차 업계에서 연식변경 모델 신차 가격은 1~1.5% 인상이 대부분이었다.
이밖에 메르세데스 벤츠의 C클래스는 5510만 원에서 6150만 원으로 640만 원이나 오르면서 상위 클래스 모델인 E클래스 가격에 육박할 정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회사들이 신차와 부분 변경 모델 출시 때마다 찻값을 올리고 있다"며 "찻값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소비자 부담만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