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송찬의(23)는 올해 시범경기 최고의 스타다. 시범경기 홈런이 6개(24일 기준)로 리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야말로 깜짝 스타, 신데렐라의 탄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송찬의는 육성 선수였던 탓에 팬들의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물론 단순 플루크성 활약은 아니다. 그는 프로 첫 2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도 1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에는 퓨처스리그에서 55경기 동안 타율 0.301 출루율 0.391 장타율 0.568로 수준급의 활약을 펼쳤다. 단순히 깜짝 활약이라기보다는 지난해 각성한 실력이 시범경기에서 공개된 것에 가깝다.
최고 유망주가 아니었던 그는 오히려 다른 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송찬의는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7라운드(전체 67순위)로 LG에 지명 받았다. 낮은 라운드였지만 그의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렸다. LG의 수장이 송찬의의 삼촌인 송구홍 당시 단장이었기 때문이다. 실력이 아닌 혈연으로 지명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당시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송찬의다. 비판이 아무렇지 않았을 리가 없다. 송찬의는 지난 22일 시범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그 당시 많은 얘기를 들었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안 들으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눈치도 많이 봤고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도 소극적으로 하게 됐다”고 되돌아봤다.
마음가짐을 바꾸게 된 건 군 복무 이후다.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던 그는 “군대에 가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할 시간이 많다 보니 (그런 말에) 신경 쓰기보다는 ‘야구는 내가 하는 것’이고, 앞으로 야구할 때 자신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송찬의의 시범경기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22일에는 돌아온 빅리거 김광현이 초구로 던진 시속 150㎞ 직구에 방망이를 자신 있게 돌려 좌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경기 후 취재진의 관심도 김광현에 못지않았다. 송찬의는 “시합 전 준비했던 부분이 (경기력으로) 다 나왔다. 야구 시작하면서 항상 꿈꿔왔던 장면이 실현되어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첫 잠실 경기였던 24일에는 다시 한 번 홈런포를 날렸다. 송찬의는 4회 두산 베어스 선발 투수로 등판했던 이영하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월 솔로 홈런을 추가했다. 6홈런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범경기 기록을 공식 집계한 2002년 이후 최다 홈런 타이 기록(2016년 KT 위즈 김지열 6개)이다.
송찬의는 1군 투수들을 상대로도 자신 있고 적극적인 스윙을 지키고 있다. 롤모델도 하비에르 바에즈(디트로이트 타이거즈)다. 초구부터 풀스윙하고 센스 넘치는 수비와 주루를 선보이는 바에즈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마술사(El Mago)’로 불린다. 송찬의는 “바에즈의 영상을 많이 봤다. 바에즈처럼 적극적인 승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고 했다.
LG 선배들 역시 송찬의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기술뿐 아니라 분위기에서도 송찬의를 한껏 북돋워 주고 있다. 이날 경기 전 홍창기는 “찬의가 군대 가기 전보다 너무 많이 좋아졌다”고 그를 치켜세웠다. 경기 중에는 두 번째 홈런 후 코치진과 선배 선수들은 더그아웃에 돌아온 송찬의에게 스윙 칭찬을 연달아 날렸다. 홈런을 치고 두 팔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도 “두 개를 쳤으니 두 팔 다 들자”는 김현수의 말에서 나왔다. 송찬의는 “한국 선수 중에는 (도움 주시는 분이) 너무 많아 롤 모델을 따로 꼽을 수가 없다”며 “(오)지환 형도 수비적으로 항상 참고하는 형이고 타격에서는 (김)현수 형이 많이 도움을 주신다. 이 밖에도 김민성 형을 비롯해 1군에 계신 선배님들은 모두 닮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