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10년 4연임 체제가 막을 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바통을 이어받은 함영주 하나금융 신임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수장 자리에 오른 만큼 가장 먼저 실적으로 주주들의 인정을 받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하나금융은 함영주 부회장이 차기 하나금융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함 회장은 앞으로 3년간 하나금융을 이끌게 됐다.
하나금융은 지난 25일 서울 명동 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함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가결했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함 회장은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금융권에 첫발을 들였다. 하나은행과 한국외환은행의 합병 이후 KEB하나은행 초대 통합 은행장을 역임한 바 있다.
2016년 3월부터는 하나금융 부회장을 겸직했고, 2019년부터는 경영지원부문 부회장으로 그룹의 전략, 재무 기획 등을 총괄해왔다.
재임 기간 중 함 회장은 신입사원 채용 업무방해 혐의 관련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징계처분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는 패소하면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
이에 그는 보안소송 항소와 징계효력 집행정지를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회장 자리에 오르는 데는 문제가 없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함 회장은 DLF 본안 항소심에서 중징계 처분 적법성을 가려야 하는 부담은 지고 가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놓은 것에 대해 당국도 당혹스러움을 보였다고 들었다"며 "법률 리스크 끝에 자리에 올랐니 더욱 탄탄한 실적으로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의 이자 수익이 34조7078억 원에 달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연초부터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내리는 등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이 급격한 통화 긴축정책을 펼치고, 주택 거래는 뜸해져 대출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가 정체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전문은행들과 핀테크 업체들을 견제하는 것도 과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고 부실 자산이 쏟아져 나오면 위기관리 능력도 요구되고 있다.
또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걸친 강력한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 역시 과제다.
이에 올해는 금융지주 수장이 된 함 회장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가 끌어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를 잠재우고 주주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탄탄한 실적으로 경영 능력을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2015년 말 당기순이익 9097억 원에서 2018년 2조2333억 원, 2019년 2조3916억 원, 2020년 2조6372억 원으로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다. 특히 함 회장이 KEB하나은행 초대 통합 은행장을 맡은 이후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94.8% 성장해 기대감이 나온다.
함 회장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저성장 고착화, 고령화 가속, 금융업의 경계 해체 등 금융의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주주 가치 및 기업가치 제고, 투명하고 공정하며 안정적인 지배 구조를 통해 하나금융을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