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시절의 푸이그(왼쪽)와 키움 히어로즈 푸이그. 게티이미지, IS 포토 '쿠바 특급' 야시엘 푸이그(32)가 '살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키움 히어로즈가 푸이그 영입을 발표하자 "역대급 외국인 타자"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푸이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홈런인 132개인 거포. LA 다저스에서 뛴 2017년에는 한해 28개의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KBO리그가 영입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력이어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선 큰 활약이 없었다. 14경기 출전해 타율 0.182(33타수 6안타). 기대했던 홈런은 단 하나도 터지지 않았다. 삼진(10개)과 볼넷(1개) 비율도 떨어졌다. 시범경기 부진이 정규시즌 성적으로 100% 연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범경기가 리그 적응력을 키우는 '예비고사' 성격이라는 걸 고려하면 정규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것도 선수의 몫이다. 팀 내 비중이 크고 즉시 전력인 외국인 선수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구단마다 반등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푸이그의 시범경기 부진을 두고 야구계 안팎에선 "살이 너무 쪘다" "몸이 둔해졌다"는 지적이 따른다. 지난 2월 푸이그가 입국했을 때 한 외국인 스카우트는 "생각보다 몸집이 커졌다. 운동을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서 '체중 관리가 되지 않은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푸이그는 2019년을 끝으로 MLB 경력이 단절됐다. 이후 도미니카 윈터리그와 멕시칸 리그 등을 전전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이 부분을 인정한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 22일 "푸이그는 좋았던 때보다 체중이 많이 올라온 상태다. 게임(정규시즌) 때까지 비슷하게 살을 뺀다는 의견을 (선수가) 제시했다"며 "이 부분이 타격하는데 영향이 있지 않을까. 좋았을 때의 몸을 알기 때문에 시즌 때까지 최대한 맞춘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푸이그의 체중은 108㎏으로 MLB 시절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실제 체중은 MLB 시절보다 더 많이 나갈 거라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2012년 MLB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파블로 산도발은 2014년 FA(자유계약선수) 5년, 총액 9000만 달러(1102억원) 잭폿을 터트리며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체중 조절에 실패, 최악의 부진 속에 2017년 7월 방출됐다. 운동 신경이 최대 강점인 푸이그가 경계해야 하는 것도 과체중으로 인한 경기 감각 저하다.
푸이그는 올 시즌 키움 타선의 키맨이다. 오프시즌 박병호가 KT 위즈로 이적한 키움으로선 푸이그가 중심타선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한해 농사를 좌우할 포인트 중 하나다. 홍원기 감독이 계획 중인 '5번 타자 김혜성' 카드가 통하려면 4번 푸이그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가 다이어트에 성공해 구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