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개막전부터 KT팬을 사로잡았다. 사진=KT 위즈 제공 이제는 수원 거포다. 박병호(36·KT 위즈)가 이적 신고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디펜딩 챔피언 KT는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충격적인 패전(5-6)을 당했다. 3-0으로 앞선 9회 초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무너지며 6점을 내줬다. 삼성은 코로나19 이슈로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태였다.
박병호의 활약은 뼈아픈 패전에 유일한 위안이다. 박병호는 이 경기에서 3번 타자·1루수로 출전, 선제 솔로포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KT 타선은 2회 말까지 삼성 선발 알버트수아레즈를 공략하지 못해 무득점에 그쳤다. 3회 선두 타자로 나선 조용호, 후속 황재균도 각각 뜬공과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박병호가 상대 선발 투수의 기세를 꺾었다. 이어진 상황에서 타석에 나선 그는 수아레즈의 초구 148㎞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맞은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을 만큼 빠른 타구였다. 비거리는 115m. 0-0 균형을 깼다.
박병호 특유의 공룡 스윙이 나왔다. 몸쪽(오른손 타자 기준) 공을 당겨쳐 공략할 때 오른팔을 오른 옆구리에 붙이고, 마치 왼팔만 쓰는 듯이 인 앤 아웃 스윙을 하는 모습이 티라노사우루스를 연상시킨다며 붙여진 별칭이다. 전성기 이 공룡 스윙으로 수차례 담장을 넘겼다.
박병호는 2일 개막전 첫 두 타석에서 삼성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의 몸쪽 공략에 병살타와 삼진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볼넷으로 출루한 5회 세 번째 타석도 바깥쪽 공 2개 뒤 들어온 몸쪽 공에 움찔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3일 경기 전 "어떤 타자든 몸쪽 공을 잘 치기 힘들다. 더구나 뷰캐넌은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투심 패스트볼이 좋다. 박병호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실투는 놓치지 않는 타격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박병호는 2일 경기 7회 말 타석에서 삼성 바뀐 투수 이승현(등 번호 20번)의 가운데 실투를 받아쳐 KT 이적 첫 안타를 신고했다. 3일 경기에서는 몸쪽 공도 잘 대처했다. 1회 수아레즈와의 첫 승부에서도 몸쪽 149㎞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좌중간 안타로 연결했다. 3회는 타격감이 좋을 때 나오는 공룡 스윙으로 홈런까지 때려냈다.
박병호는 KT가 2-1, 1점 차로 앞선 7회 말 2사 만루에서 상대 투수 이재익으로부터 밀어내기 볼넷까지 얻어냈다. KT가 역전을 허용한 뒤 나선 9회 말 1·2루 기회에서도 좌전 안타로 타점을 추가했다. 박병호는 제 몫을 다했다.
강백호 이탈 변수를 지우고 있는 박병호. 사진=KT 위즈 제공 KT는 개막 직전 큰 악재를 맞이했다. 2021시즌 타격 5개 부문 5걸 안에 이름을 올리며 정상급 타자로 성장한 강백호가 오른 새끼발가락 중족골 골절상 진단을 받은 것.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이강철 감독은 시범경기 최종전이었던 3월 29일 "강백호는 복귀까지 3~4개월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병호를 영입한 구단의 선택이 재조명됐다. KT는 지난해 12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병호와 기간 3년, 총액 30억원에 계약했다.
박병호는 이전 두 시즌(2020~2021) 연속 2할 2푼대 저조한 타율을 기록했다.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가 우려됐다. 원소속팀(키움 히어로즈)에 줘야 할 보상금(22억 5000만원)을 포함, 5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한 KT의 선택에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강백호가 이탈한 현재 박병호는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다. 이강철 감독도 "우리 팀으로 데려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재차 했다"라고 했다.
실제로 박병호는 시범경기 막판부터 강백호가 나섰던 타순(3번)과 포지션(1루수)을 소화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시범경기에서 2홈런을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준 그는 개막 두 번째 출전에서 이적 첫 홈런과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팀과 KT팬 기대에 부응했다.
위즈 파크 좌측 담장 비거리는 박병호의 전 소속팀 홈구장(고척 스카이돔·100m)보다 2m 짧은 98m다. 박병호에게 더 많은 홈런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