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은 5일부터 3전 2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한다. 원래 5전 3승제로 펼쳐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축소됐다.
2년 연속 통합 우승에 도전하는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에도 정상에 등극하면 '왕조 시대'를 열어젖히게 된다. 2019~20시즌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포스트시즌이 개최되지 않은 가운데, 대한항공은 2016~17시즌부터 2021~22시즌까지 5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고 있다. 2017~18시즌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고, 2020~21시즌 정상에 올랐다. '명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주춤하는 사이 대한항공은 새 왕조를 건설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3일 단판 승부로 열린 플레이오프(PO)에서 세트스코어 3-1로 한국전력을 꺾었다. 이로써 KB손해보험은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행 티켓을 확보했다. 이날 전까지 KB손해보험의 포스트시즌 경기 승리는 2010~11시즌 PO 2차전이 유일했다. 나머지 7경기는 모두 졌다. '봄 배구'에 진출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면 워낙 약했던 KB손해보험이 드디어 챔프전에 진출한 것이다. 어렵게 잡은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1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한 두 팀은 상대전적에서도 3승 3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5세트 접전도 세 차례나 있었다. 대한항공은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 배구를 한다.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를 비롯해 정지석과 곽승석이 공·수를 책임진다. 백업에 가까운 임동혁이 득점 10위(419점)에 올랐을 정도로 득점 루트가 다양하다. 한선수와 유광우, 김규민 등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도 포진한다. PO를 치른 KB손해보험에 비해 체력을 비축한 점도 플러스 요소다.
반면 KB손해보험은 '말리 특급' 노우모리 케이타가 버티고 있다. 이번 시즌 V리그 남자부 역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공격 종합(55.51%)과 서브(0.768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괴물의 활약은 PO 무대까지 이어져, 케이타는 3일 한국전력전에서 트리플 크라운(한 경기에서 후위 공격, 블로킹, 서브에이스 각 3개 이상 기록)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범실 관리, KB손해보험은 케이타의 활약 여부가 승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정규시즌 압도적인 최다 범실 1위를 기록했다. 7개팀 중 유일하게 범실이 1000개를 넘었다. V리그 한 경기 최다 범실(47개) 불명예 기록도 작성했다. 하지만 맞대결에서 케이타는 잘 막았다. 케이타는 대한항공전에서 공격 성공률 50.66%로 가장 저조하다. 이는 평균보다 약 5% 낮은 수치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우리 팀은) 배구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챔프전 심판의 휘슬이 울릴 때까지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케이타는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이제 한 걸음만 남았다. 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