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지역 e스포츠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가 올해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2022 LCK’ 스프링 결승전이 3500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T1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스프링은 T1이 LCK 1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는 점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반쪽으로 운영되던 LCK가 정상화되고, 2021년 도입된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코로나에도 안정적 유관중 경기
2022 LCK 스프링에서 가장 주목된 점은 2019년 서머 이후 2년 반 만에 오프라인 경기장에 관객이 입장했다는 것이다. 시즌 내내 경기당 280명의 관객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관했다. 더구나 모둔 경기가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이는 코로나19에 대비해 방역과 규정을 촘촘하게 준비한 덕분이다.
LCK는 스프링을 앞두고 팀들과 코로나19 대응 프로토콜에 합의했다.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기존 로스터에 있는 선수로 대체하거나 하부 리그인 LCK CL 선수들을 긴급 콜업해서 빈자리를 메울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도 로스터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플레이오프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일정을 연기할 수 있도록 방침을 세웠다.
LCK 측은 “정규 리그 마지막 주차에서 프레딧 브리온이 1, 2군 모두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젠지와의 경기를 기권한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기를 소화했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격리된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T1이 경기를 앞두고 광동 프릭스의 '페이트' 유수혁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규정을 꼼꼼히 정비한 덕분이다.
T1 독식에서 담원·젠지·농심도 인기 쑥쑥
인기 팀이 늘어난 것도 이번 스프링에서 눈에 띄는 점이다.
e스포츠 실시간 데이터를 집계하는 e스포츠 차트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스프링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매치업은 최고 동시접속자 수(PCU) 83만6000건을 기록한 T1과 담원의 경기였다. 다음으로 T1과 젠지(67만1000건), T1과 한화생명e스포츠(61만7000건), 담원과 젠지(61만6000건), T1과 DRX(59만9000건) 등의 순이었다.
2021년 서머에서는 T1과 담원의 결승전이 131만5000건, T1과 젠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가 90만7000건. T1과 담원의 정규 리그 두 번의 맞대결이 72만건, T1과 리브 샌드박스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56만1000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2021년 지표에서 T1 경기가 대부분 인기가 높았다.
올해 스프링에서는 담원·젠지·농심도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T1과 담원이 정규 리그에서 맞붙었을 때 PCU 82만7000건, 76만1000건으로 1, 2위를 기록했다. 이어 담원과 젠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대결(73만건), 정규 리그 1라운드 대결(67만1000건), T1과 농심의 1라운드 대결(66만2000건)의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팀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리그가 향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LCK는 6개 외국어(영어·중국어·독일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베트남어)로 세계에 송출되고 있는 글로벌 프리미엄 콘텐트이기 때문에 리그에서 다양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면 전 세계적으로 가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팀 장기 육성 가능성 확인
이번 스프링에서는 승강전이 없어 팀을 장기적으로 육성·운영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 명가 T1은 이번 정규 시즌에서 전승을 기록한 데 이어 우승까지 거두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는 거액의 몸값 투자가 아닌 신예 발굴 및 육성으로 이룬 성과다.
T1은 '페이커' 이상혁을 제외한 4명을 3년차 이하의 선수들로 구성했다. 팀을 이끌어줄 핵심 선수를 배치하고 피지컬 능력과 패기를 갖춘 신인들로 로스터를 구축했다. 이상혁과 함께 주전으로 뛰고 있는 '구마유시' 이민형, '오너' 문현준, '제우스' 최우제는 T1의 아마추어 팀 소속으로 출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업계 관계자는 “T1은 일찌감치 팜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신예를 발굴, 육성한 결과, 다른 팀에서 큰돈을 들여 영입하지 않아도 최고의 선수진을 구축해 이번 스프링에서 최고의 결실을 거뒀다”고 말했다.
프레딧 브리온도 프랜차이즈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프레딧 브리온은 프랜차이즈 첫해 스프링 10위, 서머 9위를 기록했다. 승강전이 존재했다면 올 시즌에는 잔류하지 못했거나 스프링을 앞두고 거물급 선수 영입전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3년 장기 성장 계획을 세운 프레딧 브리온은 2021년을 팀워크 강화의 해로 삼았고, 2022년 '모건' 박기태와 ‘소드’ 최성원을 탑 라이너로 영입하는 수준에서 투자를 마쳤다.
프레딧 브리온은 스프링 초반 승보다 패가 많았지만 끈끈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서머 중반부터 4연승을 달렸다.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담원을 2-0으로 완파하면서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프레딧 브리온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프랜차이즈 시스템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LCK를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전환했던 이유는 LoL e스포츠의 성장을 위해 탄탄한 기반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갓 프랜차이즈 2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성과를 논하기 이르지만 녹록지 않은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목표치에 매우 근접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다만 여전히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갈 길이 멀다”며 “리그와 팀은 팬들의 경험을 해치는 것이 아닌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기력 향상, 전반적인 리그의 흥행 제고 등으로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LCK가 어느새 10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라는 모멘텀까지 있는 만큼 LCK가 더욱 많은 분의 성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