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익수다', '나는 포수다', '나는 유격수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매일 치열한 오디션이 열린다. 시즌이 개막한 이후에도 세 포지션을 두고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는 지난 2일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에서 고승민(22)을 우익수로 내세웠다. 키움이 우완 투수 안우진을 내세우자 좌타자 고승민을 기용한 것이다. 이튿날 키움이 좌완 에릭 요키시를 선발 투수로 내세우자 롯데는 우타자인 조세진을 우익수로 기용했다.
시즌 후반까지 이런 그림은 이어질 듯하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일찌감치 “주전 선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상대 투수, 최근 컨디션, 경기장 등 모든 것을 고려한 뒤 선수를 바꿔가며 기용하겠다는 의미다.
메이저리그에선 이런 방법을 ‘플래툰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왼손 투수가 선발이면 좌완에 강한 우타자를, 오른손 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좌타자를 주로 내세운다. 다만 롯데의 사정은 다르다. 뛰어난 주전 선수들이 빠지면서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불가피하게 플래툰 시스템을 운용한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포지션이 우익수다. 지난해까지 우익수로 활약했던 손아섭이 지역 라이벌 NC 다이노스로 떠나자 그 자리를 놓고 5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좌타자 고승민과 우타자 조세진에 이어 또 다른 좌타자 추재현·장두성도 있다. 여기에 지난해 왼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0.417을 기록한 우타자 신용수도 경쟁에 가세했다.
고승민은 2019년 2차 지명 1라운드에 뽑힌 기대주다. 내야수였던 고승민은 군 복무와 함께 외야수로 전향했다. 지난해 11월 전역한 고승민은 발이 빠르고 힘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비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타격이 좋은 편이다.
추재현은 지난해 95경기를 뛰면서 경험을 쌓았다. 수비력이 경쟁자보다 월등히 뛰어나고, 송구 능력도 탁월하다. 타자로서 선구안이 좋다. 장두성은 스피드가 좋다. 미스가 있었지만, 공격적인 주루가 가능하다. 좌익수 전준우가 이따금 1루수로 들어가면 이들 5명의 선수에겐 출전 기회가 늘어난다.
롯데의 ‘서바이벌 게임’은 안방에서도 펼쳐진다.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롯데는 아직도 주전 포수를 찾지 못했다. 서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후반기부터는 지시완(28)과 안중열(28), 동갑내기 포수 2명이 번갈아 나섰다. 타격에 강점이 있는 지시완은 주로 외국인 투수, 수비가 좋은 안중열은 국내 투수와 각각 호흡을 맞춘다.
올해는 포수도 ‘3인 체제’다. 정보근(23)이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경쟁에 합류했다. 개막전에선 지시완이 포수 마스크를 썼고, 다음 날은 정보근이 안방을 지켰다. 장단점이 뚜렷한 셋의 경쟁 효과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메이저리그 출신 제라드 레어드 코치가 3명의 포수를 돕고 있다.
딕슨 마차도가 떠난 유격수 자리를 놓고도 경쟁이 치열하다. 개막 2연전에선 박승욱(30)이 유격수를 맡았다. 지난해 KT 위즈에서 방출된 박승욱은 테스트를 거쳐 롯데에 입단했다.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뛰다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학주(32)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학주는 곧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