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32·LG 트윈스)의 수비력은 팀을 옮겨서도 여전하다. 경기 후반 박빙 상황에서 연이은 호수비로 팀 승리를 견인하고 있다.
LG는 지난 6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2-1로 이겼다. 연장 11회 초 김션수의 솔로 홈런이 나온 가운데, 연장 10회 말 위기를 잘 넘긴 덕분이다. 그 중심에는 박해민이 있다. LG는 연장 10회 말 2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상대 타자는 지난해 타격왕 이정후였다. 그는 바뀐 투수 좌완 진해수의 초구를 잘 받아쳤다. 타구는 좌중간으로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박해민이 빠른 발을 이용해 전력으로 타구를 쫓아 글러브에 담았다. 이정후는 '이걸 잡아?'라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LG는 이어진 11회 초 공격에서 김현수의 홈런으로 개막 4연승을 달렸다.
박해민이 상대 팀의 안타를 지운 건 올 시즌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 광주 KIA타이거즈전 3-2로 앞선 9회 말 1사 1루에서 KIA 김선빈의 안타성 타구를 멋지게 다이빙 캐치했다. 안타를 예상하고 2루 쪽으로 발걸음을 많이 옮긴 KIA 1루주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성급히 귀루할 정도로 호수비였다. LG가 이후 만루 위기까지 몰렸던 만큼 박해민의 수비는 더욱 값졌다. 류지현 LG 감독은 경기 후 "오지환의 두 차례 호수비와 박해민의 9회 호수비가 결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LG가 지난 겨울 박해민을 4년 총 60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영입하며 기대한 효과 중 한 가지다.
박해민은 공·수·주를 모두 갖춘 외야수다. 특히 수비와 주루는 슬럼프가 없다. 더군다나 LG는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 박해민은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와, 정확한 판단력을 자랑한다. 여전히 몸을 아끼지 않고 던지며, 이제는 경험까지 많이 쌓였다. 기존의 김현수-홍창기-채은성으로 구성된 LG 외야진은 공격력은 좋았지만 수비력은 이에 못 미쳤다. 박해민이 합류해 교통정리가 이뤄져 외야 수비가 한층 강화됐다. 코너 외야수 김현수와 홍창기는 박해민의 수비 범위가 워낙 넓어 체력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홍창기는 "(해민이 형의) 최고의 수비와 주루 플레이 등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류지현 감독은 "박해민이 센터 중심을 잡아주면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잠실구장에서의 수비력도 고려해 영입했다"라고 밝혔다.
박해민은 이적 후 "잠실구장은 굉장히 드넓다. 나는 수비에 강점이 있으니 투수들이 (야수를) 믿고 편하게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타성 타구도 아웃 처리하고, 다른 선수라면 어렵게 처리할 타구도 손쉽게 잡는다. LG 투수 입장에선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다. 6일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손주영은 "마운드에서 로진백을 만지며 내 뒤편에 위치한 야수진을 한 번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진다"며 "연장 10회 호수비를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고 놀라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