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 이재학. 지난 13일 키움전에서 0.1이닝 만에 강판당해 시즌 성적이 크게 악화했다. IS 포토 FA(자유계약선수)로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다. 사이드암스로 이재학(32·NC 다이노스)의 얘기다.
이재학은 13일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3분의 1이닝 4피안타 3사사구 4실점 했다. 이재학이 선발 등판 경기에서 1이닝을 채우지 못한 건 2010년 프로 데뷔 후 처음(종전 최소 1이닝 강판 2회). 지난 7일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첫 등판에서 6이닝 2피안타 2실점 쾌투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시즌 성적은 1패 평균자책점 7.11(6과 3분의 1이닝 5자책점)로 악화했다.
결과만큼 과정도 최악에 가까웠다. 팀 타선이 1회 초 3점을 뽑아냈지만 지켜내지 못했다. 1회 말 시작부터 안타-볼넷-안타-안타로 2실점 했다. 5번 타자 송성문을 인필드 플라이로 잡아내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렸지만, 다시 볼넷-안타-몸에 맞는 공으로 추가 2실점 했다. 결국 3-4로 뒤진 1사 만루에서 김태경과 교체됐다. 승계 주자 득점을 막아낸 김태경의 활약이 없었다면 이재학의 평균자책점은 더 올라갈 수 있었다.
이재학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로 풀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성적 부진(5승 6패 평균자책점 6.55)으로 1군 엔트리 제외 기간이 길어졌고 등록일수 부족으로 자격 취득이 1년 미뤄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시범경기 내내 안정감(3경기 평균자책점 2.57)을 유지하며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정규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너무 크게 무너졌다.
이재학은 NC 구단에서 상징적인 선수다. 구단 역사상 최다승(74승) 투수이자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투구 레퍼토리가 투 피치(직구·체인지업)로 단조롭지만, 특유의 완급조절로 롱런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제구 불안이 겹쳐 투 피치가 힘을 잃었다. 13일 키움전도 마찬가지였다. 투구 수 33개가 모두 직구(16개)와 체인지업(17개). 0볼-2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뒤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을 내줄 정도로 제구가 흔들렸다.
NC는 현재 토종 왼손 에이스 구창모가 재활 치료 중이다. 이재학이 송명기, 신민혁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아줘야 순위 경쟁의 동력이 생긴다. 공교롭게도 송명기와 신민혁 모두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대량 실점으로 무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비 FA' 이재학의 부진까지 겹쳐 이동욱 감독의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