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는 타격왕(2016·2020시즌)과 타점왕(2011·2016시즌)을 두 번씩 거머쥔 KBO리그 정상급 타자다. 2016년 11월, KIA와 총액 100억원(기간 4년)에 계약하며 FA(자유계약선수) 사상 최초로 '100억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2020시즌에는 만 37세 나이로 타율 1위를 차지하며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 우려를 비웃었다. 시즌 종료 후 3년 총액 47억원에 FA 재계약까지 따냈다.
최형우는 지난해 타율 0.233 12홈런 55타점에 그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전반기는 안구 질환 탓에 부진했다지만, 회복 후 나선 후반기에서도 반등하지 못했다. 그는 2022시즌을 앞두고 "작년보다 더 못하면 (야구를) 그만해야 하지 않겠나. 새로운 마음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1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개막 후 최형우의 성적은 바닥을 치고 있다. 13일까지 출전한 9경기에서 타율 0.080(25타수 2안타)에 그쳤다. 규정 타석을 채운 KIA 타자 중 신인 김도영(타율 0.071)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타율이다. 안타 2개도 모두 단타였다.
최형우의 방망이는 원래 천천히 달아오르는 편이다. 통산 3~4월 타율(0.287)은 7~8월 타율(0.332)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타격왕(타율 0.354)에 오른 2020시즌도 개막 첫 달(5월) 0.270에 그쳤다.
그러나 최형우가 개막 첫 9경기에서 장타를 단 한 개도 치지 못한 건 주전급으로 올라선 2008시즌 이후 처음이다. 2021시즌에도 두 경기 만에 홈런을 쳤다. 최형우는 올해 우리 나이로 40살이다. 파워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타격 부진이 이어지자 최형우의 타순은 5번에서 6번으로 밀렸다. 10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올 시즌 처음으로 4번 타자를 맡았다. 김종국 KIA 감독이 최형우가 익숙한 타순(4번)에서 반등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그러나 이 경기에서도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은 최형우가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볼넷(8개)을 얻어냈다. 출루만큼은 꾸준히 하고 있다. 김종국 감독은 최형우에 대해 "타격 타이밍이나 밸런스가 안 좋은 건 아니다.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내세운 KIA로서는 최형우의 반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