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뜬금없이 ‘국민기업’ 탈피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코 구성원과 포항·광양 시민 등과 논의 없는 경영진들의 ‘일방통행’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포스코 등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6일 임직원 1만7400여 명에게 ‘포스코그룹 정체성’이란 이메일을 통해 국민기업이란 멍에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는 2000년 10월 4일 산업은행이 마지막까지 보유한 2.4%의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완전한 민간기업이 됐다”며 “민영화가 완료된 지 20년 이상 경과됐음에도 여전히 국민기업이란 모호한 개념으로 회사 정체성을 왜곡하고 다른 민간기업 대비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기업이란 왜곡된 주장을 바로 잡고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설명자료를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공기업으로 출범했으므로 국민기업’이란 주장에 대해 “경제가 발전하면서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분야는 민영화됐다”며 “대한석유공사는 SK이노베이션, 한국중공업은 두산중공업으로 바뀐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가 없다'라거나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라서', '대일청구권 자금이 사용됐기 때문에', '정부의 보호와 육성으로 성장해서' 국민기업이란 주장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대한석유공사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인수해 SK이노베이션이 된 사례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9.25%로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다. 현 경영진의 지분은 미미하고, 우리사주조합이 1.45%를 보유하고 있다. 한대정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국민기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의 논리라면 차라리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지분이 52%가 넘는데 ‘외국계 회사’라고 주장하는 게 더 맞지 않냐”며 혀를 찼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무상 대일청구권 자금의 10%인 3080만 달러(당시 기준 121억원)가 포항제철소 1∼2기에 건설됐지만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 보유지분 매각으로 2163억 원이 환수됐고 제철소 건설에 사용된 유상 청구권 자금 8870만 달러는 1996년까지 원금과 이자를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전환 뒤 친환경 소재기업을 표방하며 미래 준비를 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더는 국민기업이란 이름으로 포스코를 향한 부당한 간섭과 과도한 요구는 없어져야 한다. 포스코 애칭은 '국민기업'이 아니라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의 '국가 대표기업'이 돼야 한다”며 쐐기를 박았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경북 포항의 사회단체와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창호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포스코의 뿌리마저 부정하고 있다. 부모 세대의 피땀과 눈물, 제철보국의 창업정신을 거역하는 최정우 회장의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리더로서 자격을 상실한 만큼 집행부 회의를 통해서 퇴진 운동을 추진할 것이다. 지난 2월 총궐기 대회 때 준비했던 최정우 회장의 화형식 퍼포먼스도 준비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포스코 임직원들도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한대정 수석부지회장은 “구성원들과 어떤 교감도 없는 경영진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국민기업’ 타이틀을 내던진다는 건 최정우 회장의 독재를 위한 작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탄식했다.
직장인의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포스코 직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그룹 정체성’ 이메일을 받은 직원들은 “임원진 마음대로 주무르는 회사”, “사람 한 명이 망친 회사”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