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알뜰폰을 향한 인식이 180도 바뀌었다. 가입자는 1000만명을 돌파하며 과거 '아재폰'의 이미지를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이다. 품질은 똑같은데 월 고정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면서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이동통신 3사가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순위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점유율이 낮은 업체들은 공격적 프로모션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며 반발하고 있고,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업체들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요금을 낮추는 것은 당연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재폰' 벗어나는 알뜰폰
국내 알뜰폰 신규 가입자 수는 작년 말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누적 1000만명을 돌파한 지난해 11월 14만4859명이 새로 가입한 데 이어 매달 20만명 이상 유입되고 있다.
올해 2월 이통 3사의 MNO(이동통신) 신규 가입자가 3만~6만명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이는 현 정부가 가계비 절감을 위해 보편요금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덕이다.
이통 3사가 알뜰폰 사업자에 망을 빌려주면서 받는 도매대가를 해마다 인하했다. 2021년에는 데이터 도매대가를 약 30% 내려 처음으로 1원대(1MB당 1.61원)에 진입했다.
이통사가 제공하는 LTE 상품의 수익 배분율도 계속해서 낮췄다. 이에 알뜰폰 사업자들은 보다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었다.
다만 이통 3사가 자회사를 앞세워 알뜰폰 시장에서도 MNO와 마찬가지로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이통 3사 자회사 5곳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50.9%로 집계됐다.
LG유플러스군(미디어로그·LG헬로비전)이 22.1%로 앞섰고, KT군(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이 19.3%로 추격했다. SK텔레콤(SK텔링크)은 한 자릿수(9.6%)에 그쳤다.
단일 회사 1위 KT엠모바일은 데이터 제공량을 대폭 늘린 '데이득(데이터+이득)' 프로모션으로 재미를 봤다.
여기에 2019년 금융권 최초로 이동통신 서비스 '리브모바일'을 내놓은 KB국민은행도 약진하고 있다.
출시 2년여 만에 20만 가입자를 확보하며 3.7%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KB국민카드·KB증권·KB손해보험 등과 연계한 우대 서비스 'KB스타클럽' 고객에 요금 할인 혜택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 무제한(11GB+일 2GB+3Mbps) 상품을 월 2만48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가격 경쟁 과하다" vs "문제될 것 없어"
알뜰폰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선 유통망은 대기업의 시장 진입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14일 성명에서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 할인과 과다 사은품 프로모션 등 KB국민은행의 불공정 경쟁 행위를 즉각 중단하게 해달라"며 "내년 금융 규제 샌드박스 종료 시점에 알뜰폰 사업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최초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KT 망까지 확대하고 있어 영향력이 지금보다 3배 이상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는 알뜰폰에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분명히 가계 통신비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일부 사업자들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건전한 상품 경쟁력과 차별화한 서비스로 시장 매개체가 되는 것은 좋은데, 과도하게 돈을 풀어 다른 사업자들이 따라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제공하는 것은 편익 증대 차원에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 3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경쟁을 유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일한 품질에 싼 가격으로 이용 경험을 늘려 생태계를 키워가고 있다"며 "MNO 가입자가 빠지는 것을 걱정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