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에 국내 트래픽 유발을 이유로 인터넷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하면 소비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오드 슈트겐 플럼컨설팅 이코노미스트는 1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서울 서초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은 데이터를 보내는 사업자가 망 비용을 지불하도록 규정했다. 이런 방식은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적 CP(콘텐트 제공자·넷플릭스 등)가 한국의 트래픽을 가져가는 동기 부여가 충분하지 않다"며 "이처럼 데이터를 전송하는 과정에 비용을 부과하면 최종 이용자 입장에서 인터넷 접속료가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할 의무가 없다"며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심에서 패소해 2심을 진행 중이다.
아시아·태평양 인터넷 서비스 비영리 단체인 APNIC의 제프 휴스턴 최고과학책임자는 "고객이 SK브로드밴드의 망에서 넷플릭스 콘텐트를 보기 위해 SK브로드밴드에 대가를 지불한다.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넷플릭스가 아니라 SK브로드밴드의 문제"라고 목소리 높였다.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독점적 구조로 비용만 챙기고 콘텐트 생태계 개선에는 노력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내 ISP들은 전체 트래픽의 약 60%를 넷플릭스·유튜브·페이스북 등 서비스의 중개에 쓰는 것으로 추산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망 이용료를 ISP에 지불하고 있다.
글로벌 CP는 망 중립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망 중립성은 누구나 차별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받는 개념이다. 기업은 데이터의 크기나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이용자에 동등한 네트워크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1조원을 투자해 세계 각지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콘텐트 전용 캐시서버 OCA를 도입하면 인프라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수용하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기업 또는 소비자에 비용이 전가될 텐데, 전체 광대역 서비스 가입자 대비 소수인 넷플릭스 이용자만을 위해 이를 감내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로슬린 레이튼 포브스 시니어 칼럼니스트는 "OCA는 통신사 비용을 유발하고 CP 경쟁을 저해한다"며 "콘텐트를 자사 고객에 안정적으로 전송할 의무는 통신사가 아닌 넷플릭스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광고주가 광고를 제공하지 않으면 신문사가 문을 닫는 것처럼, CP가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으면 통신망 유지가 어려운 사례를 들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