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가 정규리그 챔피언다운 경기력으로 플레이오프(PO)에서 쾌조의 출발을 선보였다. SK는 지난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4강 PO 1차전에서 고양 오리온을 101-83으로 대파했다.
경기 전부터 다소 기울어진 승부였다. 정규리그 1위인 SK와 5위인 오리온의 전력 차가 컸다. 게다가 오리온은 이날 팀의 세 기둥 중 하나인 포워드 이승현이 코로나19 확진으로 결장했다.
오리온의 전력 공백을 고려하더라도 압도적인 승리였다. 올스타급 주전 라인업을 갖춘 SK의 힘이 돋보였다. 올 시즌 외국인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자밀 워니가 30점을 폭격했고, 사령관 김선형이 20점을 꽂아넣었다. 여기에 3점슛을 갖춘 안영준이 외곽에서 흔들었다. 정규리그 MVP 최준용도 보이지 않게 워니와 김선형의 뒤를 받쳤다.
오리온은 6강 PO를 3전 전승으로 승리했지만, SK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날 오리온은 김선형에게 이정현을 붙이는 등 강한 압박를 시도했다. 하프라인부터 쫓을 정도로 타이트한 수비를 펼쳤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김선형의 기량에 불을 붙인 꼴이 됐다. 김선형은 "이정현과의 매치업이 재밌었다. 그 매치업을 꺾는 맛도 있었다"라며 "경기 초반에는 상대 수비에 당하면서 몇 번은 정말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그걸 또 뒤집어 성공시키는 맛도 있더라. 언제든지 그런 매치업은 환영"이라고 반겼다.
감독의 말에도 자신감이 느껴졌다. 전희철 SK 감독은 이날 경기 전 SK의 완승을 예상한다는 전망에 대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 감독은 "강을준 오리온 감독님이 선배시니까 (승리 예상을) 편안하게 말해도 된다. 강 감독님께서 정규리그 5, 6차전 때 SK를 잡을 해법을 찾았다고 하셨다. (강 감독에게) '해법만 찾은 거로 끝날 거'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워낙 친해서 재미로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희철 감독에게도 100% 만족스러운 경기는 아니었다. 2쿼터 중반까지 접전으로 치달았던 흐름은 전 감독의 예상 밖이었다. 그는 "전반에 상대에게 편하게 점수를 준 장면도 있었다.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해줬다. 머피 할로웨이에게 점수는 주더라도 국내 선수들을 막자고 했다"며 "후반에는 그 부분도 잘 지켜진 것 같다. 사이드로 몰면 가운데가 빈다. 사이드로 들어가는 길을 잘 막았다"고 복기했다.
양 팀은 오는 22일 2차전에서 다시 한번 자웅을 겨룬다. 변수는 있다. 이승현이 격리에서 풀려 복귀할 예정이다. SK 선수단은 방심을 경계하고 있다. 김선형은 "2차전 때도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 그래도 프로는 한 끗 차이다. 이승현이 돌아오면 분명 경기력이 좋아질 것이다. 우리가 자만하다가 2차전에서 패하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선수들끼리 다짐했다. 작은 (역전) 확률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