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트라이크존(S존) 확대 시행 과정에서 베테랑 선수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지난 23일 하루에만 두 명이 공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했다.
LG 트윈스 김현수는 이날 잠실 두산 베어스전 1-3으로 뒤진 3회 초 무사 1루에서 아리엘 미란다의 초구 123㎞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거칠게 항의했다. 몸쪽 높게 들어온 공이었다. 심판진은 김현수에게 한 차례 경고 후 퇴장을 선언했다.
같은 날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가 대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 2-2로 맞선 5회 1사 2루에서 낮은 공에 삼진을 당하자 고함을 치며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올 시즌 공 판정과 관련한 2·3호 퇴장이었다. 첫 번째는 지난 5일 LG전에서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가 공 판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배트를 타석에 두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다가 퇴장된 바 있다.
퇴장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지난 22일 수원 NC 다이노스-KT 위즈전에서도 공 판정 논란이 일었다. NC 손아섭이 3-4로 뒤진 9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KT 마무리 김재윤의 133㎞ 바깥쪽 높은 포크볼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손아섭은 헬멧을 벗고선 심판이 아닌 KT 포수 장성우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프레이밍(포수가 공을 잡는 순간 미트의 위치를 바꾸어 볼을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이끌려고 현혹하는 기술)을 한 장성우에게 '이게 스트라이크냐'고 따지는 모습이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손아섭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헬멧과 배트를 손에 쥔 채 분을 삭이지 못했다.
공 판정 논란은 올해 KBO가 S존을 확대하면서 일찌감치 예견됐다. KBO는 야구 규칙에서 정의된 S존을 철저하게 적용해 "S존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대감도 있었지만, 급격한 변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일관성과 정확성 확보가 중요하다.
예상처럼 긍정적인 부분도 나온다. 9이닝 기준 경기 시각은 지난해 3시간 14분에서 올 시즌 3시간 5분(4월 17일까지의 기록 기준)으로 줄어들었다. 9이닝당 볼넷이 4.19개에서 3.20개로 감소한 영향이 크다. 타고투저 양상이 투고타저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타석에 선 선수들의 불만은 점점 커진다. 베테랑 손아섭과 김현수는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가운데 통산 타율 4위와 6위에 올라 있다. 선구안이 뛰어난 두 타자가 심판 판정에 큰 불만을 터뜨리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 중 상대 포수에게 묻고 따지고, 삼진 콜도 아닌 초구 스트라이크에 항의하는 모습은 분명 이례적이다. 그만큼 선수들의 불만이 누적됐다는 의미다. KBO의 S존 정상화 움직임 속에, 선수들의 비정상적인 항의가 연출되고 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판정 항의가 매 경기 일어나고 있다.
이동욱 NC 감독은 "손아섭이 억울하고 간절했던 것 같다. 후배들한테 고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선수를 대변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김현수가 팀의 주축 야수로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자연스럽게 어필한 거라고 본다. (LG) 타자들은 S존이 투수(미란다)에게 후했다고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김현수 입장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공이 다소 높았다고 느낄 수 있다. 미란다의 변화구가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위치로 들어오는 변화구 판정이 (심판으로서는) 가장 어렵다"며 "판정에 대한 불만은 필연적이다. 선수들도 그동안 설정한 존이 있어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그렇다고 S존 정상화를 멈출 순 없다. 불만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심판들도 더 신경 써서 정확하게 판정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