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가 단행한 포수 박동원(32) 트레이드의 핵심은 신인 지명권이다. 키움은 베테랑 포수 박동원을 내주는 대신 내야수 김태진(27)과 현금 10억원, 그리고 2023시즌 신인 2라운드 지명권(전체 12번)을 받았다. A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박동원도 좋은 선수지만 키움이 받는 신인 지명권의 가치가 꽤 높다"고 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는 기존의 1차, 2차 지명 방식이 아닌 전면 드래프트로 전환한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전면 드래프트로 바뀌면 행사할 수 있는 지명권이 6번째, 12번째, 16번째가 된다. 박찬혁만 하더라도 16번째에 찍은 선수인데 (KIA로부터 받게 된) 12번째 지명권은 정말 높은 순번"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지난해 5위를 기록한 키움(KIA 9위)은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6번째, 16번째, 26번째 순으로 지명권을 사용하는데 전체 12번째 지명권을 양도받아 추가로 선수를 지명할 수 있게 됐다.
고형욱 단장이 언급한 박찬혁은 2022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키움에 입단했다. 1차 지명자(총 10명)를 포함하면 전체 16번째였다. 입단 당시에는 김도영(KIA·1차 지명) 문동주(한화 이글스·1차 지명)와 비교했을 때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지만, 개막 이후 주전 자리를 꿰차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했다. KIA로부터 양도받는 신인 지명권은 1차 지명이 시행될 당시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에 해당한다. 고형욱 단장은 "올해 아마추어 팜(farm·성장 공간)이 굉장히 좋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프로야구는 2020년부터 신인 지명권 트레이드를 허용했다. 당해 신인 지명권을 최대 2장까지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구단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2020년 12월 4일 단행된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 간 트레이드에선 롯데가 내야수 신본기와 투수 박시영을 보내는 대신 2022년 2차 3라운드 신인 지명권과 투수 최건을 받았다. 롯데는 KT로부터 양도받은 지명권으로 강릉고 내야수 김세민을 뽑았다.
지난해 1월 진행된 FA(자유계약선수) 투수 김상수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에서도 키움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부터 현금 3억원과 2022년 2차 4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받았다. 그해 7월에는 NC 다이노스 투수 강윤구가 롯데의 2022년 2차 4라운드 신인 지명권과 맞교환되기도 했다. 지난 1월 단행된 내야수 이학주 트레이드의 핵심도 신인 지명권이었다. 롯데가 투수 최하늘에 2023년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을 포함하면서 이학주의 이적이 확정됐다.
B 구단 운영팀장은 "신인 지명권이 트레이드가 활발해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신인 1, 2라운드 선수가 무조건 성공한다면 구단으로선 부담이 크겠지만, KBO리그에선 그렇지 않다. '윈 나우'를 지향하는 팀이라면 현재가 중요하다. 증명된 선수를 영입하려면 어느 정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C 구단 단장은 "신인 지명권은 (당장 결과를 알 수 없는) 어음이나 다름없다. 파는 구단은 성적, 사는 구단은 육성에 무게 중심을 두는 거다. 트레이드 밸런스를 맞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