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원정 경기에서 4-0으로 이겼다. 지난달 22~24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2124일 만에 3연전을 싹쓸이한 롯데는 LG를 상대로 또 3연전을 쓸어 담았다. LG전 스윕승은 3598일 만이다.
롯데는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한화 이글스와 함께 '2약'으로 평가됐다. 지난겨울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손아섭(NC 다이노스 이적)·민병헌(은퇴) 등 주축 야수들이 이탈해서다. 하지만 롯데는 정규시즌 첫 달 15승 9패 1무를 기록하며 2위에 올라있다.
지난주 일정은 큰 고비였다. 개막 3주 차까지 1~2위를 달린 SSG 랜더스, LG와 3연전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홈 사직구장에서 SSG와 1승 1무 1패로 팽팽하게 맞선 뒤, 잠실로 이동해 3연전을 싹쓸이했다. 4연승의 신바람을 타며 1위 SSG를 3.5경기 차로 추격했다.
1일 경기에선 '젊은 거인'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다.
선발 투수 김진욱(20)이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2승(1패)째를 거뒀다. 그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건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김진욱은 지난해 최고의 유망주 투수였다. 아마추어 시절 학교를 옮긴 탓에 1차지명 대상에서 제외됐을 뿐 '고교 랭킹 1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김진욱은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왼손 파이어볼러다. 신인인데도 지난해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문제는 제구력이었다. 2021년 4~5월 세 차례 등판에서 3패 평균자책점 10.90으로 부진했다. 17과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 17개를 내주며 흔들렸다. 이후 불펜으로 이동해 위력을 자랑하더니 2도쿄 올림픽 대표팀에도 추가 승선했다. 불펜에서는 4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3.29로 좋았다.
올 시즌에도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된 김진욱은 첫 등판이었던 지난 5일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최고의 투구를 했다. 개인 한 경기 최다인 10개의 탈삼진도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는 4와 3분의 2이닝-2이닝-5이닝을 던지면서 4점씩 내줬다.
김진욱은 이날 1회와 4회, 5회를 삼자범퇴 처리했다. 김민성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3회 유일한 득점권 위기를 맞았는데, 2사 3루에서 실점 없이 막았다. 시속 140㎞ 후반대 직구와 낙차 큰 커브,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LG의 방망이를 무력화했다. 탈삼진은 4개로 맞혀 잡는 투구가 주효했다. 김진욱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6.27에서 4.74로 낮아졌다.
타선에선 한동희(23)의 맹타가 여전했다. 1회 초부터 안타로 출루한 그는 3-0으로 앞선 5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이후 정훈의 희생번트로 3루까지 진루한 그는 DJ 피터스의 희생 플라이 때 여유 있게 홈을 밟아 쐐기점을 올렸다. 4-0으로 앞선 9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안타를 뽑아 마지막까지 LG 마운드를 압박했다. 한동희는 이날 롯데에서 가장 많은 안타 3개를 때렸다.
2018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한동희는 '포스트 이대호'로 통했다. 2018~2019년 타율 0.232, 0홈런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그는 지난 2년 연속 17홈런을 때려내며 성장했다. 그리고 올 시즌 잠재력이 폭발했다. 2일 기준으로 타율(0.436) 홈런(7개) 장타율(0.764) 출루율(0.491) 부문에서 KBO리그 1위에 올라있다. 득점권 타율도 0.529로 가장 높다. 이미 검증을 마친 장타력에 정확성과 해결사 능력까지 더하며 리그 최고 타자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시즌 초 깜짝 돌풍을 이어가는 롯데는 한동희와 김진욱의 맹활약이 특히 흐뭇하다. 두 선수는 롯데의 현재를 만드는 동시에, 미래를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