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개막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를 비롯해 순항 중인 외국인 선수가 있지만, 퇴출 갈림길에 서 있는 선수도 적지 않다. 야시엘 푸이그(키움 히어로즈)와 DJ 피터스(롯데 자이언츠)의 타율은 2할을 겨우 넘는 수준. 글렌 스파크맨(롯데)의 평균자책점은 8점대에 육박한다. 1할대 빈타에 허덕이던 리오 루이즈(LG 트윈스)는 지난 2일 2군행을 통보받기도 했다.
올해 KBO리그는 외국인 투수보다 타자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감각 저하와 스트라이크존 확대 영향으로 성적이 급락했다. 새로 영입된 외국인 타자 중 '규정 타석 3할'은 마이크 터크먼(한화 이글스)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인구 반발계수까지 하향 조정돼 '거포형 외국인 타자'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심판 판정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스트라이크를 잡아줬다가 (같은 코스를) 잡아주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니 선수들이 혼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몇 구단은 대체 외국인 선수를 체크하고 있다. 유력 후보는 왼손 타자 마이크 포드(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오른손 타자 맷 데이비슨(3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다. 두 선수 모두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일방장타를 갖춘 1루수. 포드는 마이너리그 통산 홈런이 105개, 데이비슨은 2017년부터 2년 연속 빅리그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이력이 있다. B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아델린 로드리게스(31·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매번 후보군으로 분류되지만, 포드와 데이비슨의 영입 확률이 더 높다. 이미 접촉한 구단이 있다"고 말했다.
5월은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KBO리그는 지난 2018년 9월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신규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을 연봉과 인센티브, 이적료, 계약금 포함 최대 100만 달러(12억원)로 제한했다. 교체 외국인 선수는 잔여 개월(2~11월)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 계약이 시작되는 2월부터 총액이 매월 10만 달러(1억2000만원)씩 줄어든다. 만약 5월 중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다면 최대 65만 달러(7억8000만원), 6월 중순이라면 55만 달러(6억6000만원) 한도 내에서 영입을 완료해야 한다.
관건은 이적료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이적료 명목의 바이아웃 금액이 설정돼 있다. 현행 KBO리그 규정에선 이적료가 높을수록 선수가 받는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C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당장 계약해도 비자가 나오는 기간을 고려하면 (입국까지) 5월을 넘길 수 있다"며 "이적료가 30만 달러(3억6000만원) 정도인 선수를 6월에 영입한다면 자칫 연봉보다 이적료가 더 높을 수 있다. 이 조건에는 쓸만한 선수가 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시간 싸움"이라고 했다.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려면 구단의 하루라도 빨리 결단해야 투자 효과를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시즌 첫 외국인 선수 퇴출'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구단마다 신중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