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플랫폼 '간판' 쿠팡과 마켓컬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만성 적자가 끝없이 쌓여가는 가운데 비대면 종료에 따라 성장성 둔화가 예상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과 마켓컬리의 막대한 투자와 기업공개(IPO) 행보에도 '어차피 결론은 대기업 매각 아니냐'는 회의론이 나온다. 모든 과정이 가치를 불리는 과정일 뿐이고, 결국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종착지라는 것이다.
쿠팡의 끝없는 '계획 적자'
쿠팡은 지난 7일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0.76% 내린 12.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5달러였던 공모가보다 66% 가까이 빠진 액수다. 지난 3월 15달러까지 추락했던 쿠팡은 12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쿠팡을 믿은 '서학 개미'를 울렸다.
이상할 게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조치가 사실상 종료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이 하나같이 고전 중이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도 올 초 대비 주가가 30% 가까이 빠졌다. 그러나 글로벌 빅 테크 기업인 아마존과 유통 기반 이커머스에 방점을 찍은 쿠팡은 내용 면에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 풀은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고 있지만, 양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아마존은 외형적인 성장과 동시에 지속적인 흑자를 내왔다. 반면 쿠팡은 출범 이후 매년 매출이 빠른 속도로 늘긴 했지만, 10여년간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계획 적자'라는 회사 측의 설명과 함께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누적적자는 5조 원에 도달했다. 쿠팡이 더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쿠팡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만의 단독 콘텐트를 보강하면서 유료 회원 확대 및 이탈 방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OTT 업계가 포화 상태일뿐더러 쿠팡만의 장점인 당일 배송 서비스가 타 플랫폼까지 확대되면서 장래가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11일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업계는 쿠팡이 이번에도 압도적인 매출 증가 뒤에 '계획 적자' 역시 쌓아갈지 지켜보고 있다.
마켓컬리는 '불가피한 적자'
마켓컬리도 다를 바 없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 1조5614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컬리의 연평균 성장률은 173.5%에 달한다. 동시에 영업적자도 2020년 1162억 원에서 지난해 2177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돈 벌기 어려운 구조다. 마켓컬리의 주력 서비스인 새벽 배송은 상품 대부분이 신선식품이다. 냉장‧냉동 물류 등에 막대한 돈이 든다. 최근 인건비 상승도 컬리의 발목을 잡는다. 그런데도 컬리는 물류사업 확장 및 대규모 채용을 병행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는 대규모 영업 손실이 "투자에 따른 불가피한 적자"라고 말한다. 쿠팡의 계획 적자와 비슷한 변명이다. 컬리는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자연스럽게 수익이 날 것으로 보고 있으나, 타 이커머스 플랫폼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일이 없다.
컬리는 지난 3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을 추진 중이다. 당초 쿠팡처럼 미국 증시 입성을 노렸지만, 여러 비용적 문제로 포기했다.
컬리는 그동안 수차례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그 사이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의 지분은 5~6%대로 희석됐다. 한국거래소는 김 대표 지분을 포함해 20% 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2년 이상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적자가 불어나는 상황 속에서 상장 뒤 재무적 투자자의 이탈을 막기 어렵다.
투자도 결국 매각 위한 포석?
업계 안팎에서는 고질적 적자 구조인 기업을 단지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이유로 IPO를 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있다. 쿠팡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개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만 봐도 마켓컬리의 미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우 연성대학교 유통물류과 교수는 본지에 "현재 쿠팡의 전략은 흑자 전환이 아닌 시장점유율을 더 끌어올려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도 현재와 같은 새벽배송 프리미엄 전략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쿠팡은 앞으로 투자를 줄이고 내실있는 기업으로 나아가 적자를 줄이거나, 지분을 매각하는 수순으로 보인다. 마켓컬리 역시 새벽 배송 확충을 노리는 대기업이 종착지가 아닐까"라고 내다봤다.
아쉬운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쿠팡은 과감한 직매입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풀필먼트라는 부분을 잘 공략했다고 봤다. 그러나 지나친 사업 확장으로 기업 인수합병을 하기도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누적 적자가 5조 원, 마켓컬리는 5000억 원으로 누가 봐도 정상적 구조는 아니다"며 "막대한 투자금을 수혈받아 계속 사업 확장 중이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대기업에 매각하는 수순으로 가는 과정 아니겠냐는 회의론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