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직접 휴대전화 서비스를 개통할 수 있는 시대다. 다 쓰지도 못하는 고용량 데이터 요금제 가입이나 할인을 위한 제휴카드 발급 권유를 더는 받지 않아도 된다. 합리적인 가격에 음료수처럼 편하게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알뜰폰 덕분이다.
기자는 2년 약정이 끝난 지난달 29일 통신비 절감을 위해 알뜰폰 셀프개통을 직접 해봤다.
기존에 쓰던 요금제는 SK텔레콤의 'T플랜 안심4G'다. 월 5만 원에 기본 제공 데이터는 4GB로, 모두 소진하면 1Mbps의 속도 제한이 걸린다.
새로 가입한 요금제는 KT엠모바일의 '모두다 맘껏 11GB+(지니뮤직 프리)'다. 월 3만5900원에 기본 11GB, 매일 2GB의 데이터를 보장한다. 소진 후 속도 제한은 최대 3Mbps다. 여기에 지니뮤직 이용권 결제에 쓸 수 있는 8000포인트를 매달 준다.
알뜰폰 셀프개통을 위한 준비물은 유심칩(가입자 식별 모듈)과 신분증, 온라인 인증서다. 유심칩은 근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8800원을 주고 샀다.
온라인 인증서는 네이버 앱에서 다운로드했다. 본인 계좌로 1원을 입금받고 비밀번호 대신 입금자명을 입력하면 발급이 끝난다.
신용카드처럼 생긴 플라스틱 몸체에서 엄지손톱 크기의 유심칩을 조심히 떼어냈다. 설명서에는 바늘보다 두꺼운 칩 제거용 핀이 동봉돼있다.
쓰던 스마트폰 그대로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번호이동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일요일과 설·추석 등은 개통이 불가하며, 오전 10시~저녁 7시 사이에 해야 한다.
먼저 스마트폰으로 유심칩 내 QR코드를 찍거나 주소를 넣어 개통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그리고 가입·서비스 유형을 지정한 뒤 변경을 희망하는 요금제를 선택한다.
네이버 인증서를 미리 준비했다면 본인확인이 훨씬 수월하다. 개인정보 입력과 휴대전화 문자 인증을 거쳐 지문만 인식하면 된다. 다음으로 구매한 유심칩에 적힌 19자리 번호로 유효성 체크를 한다. 이어 가입 신청을 위해 신분증 정보를 써넣는다.
마지막으로 부재중 전화 알림 등 원하는 부가서비스를 추가하고, 요금 납부를 위한 정보(계좌이체·신용카드)를 기재하면 된다. 유심칩은 모든 절차가 끝난 뒤 교체해 스마트폰을 껐다 켜면 적용된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짤막한 영상만 보고도 10분 만에 셀프개통을 할 수 있었다. 데이터 이용량과 소진 후 제한 속도, 콘텐트를 더 저렴한 가격에 업그레이드했다.
다만 멤버십 혜택을 십분 활용한다면 이동통신 3사 서비스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 기존 서비스가 해지되는 과정에서 통신이 끊겨 완료 여부를 제대로 알 수 없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