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의 통합 우승으로 2021~22시즌 마침표를 찍은 프로농구가 에어컨 리그(여름 이적 시장)에 돌입했다. 포지션별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온 데다 지갑을 열어야 하는 새 구단주까지 등장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11일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들 4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받는 이름은 역시 허웅이다. 국내 선수 평균 득점 2위(16.7점)를 기록한 기량도 출중하지만 인기는 '역대급'이다. 올해 올스타전 투표에서 16만3850표로 신기록을 세웠다. 정규리그 종료 후 베스트 5에 선정됐고 인기상도 수상했다.
국내 최고의 빅맨 중 하나로 꼽히는 파워포워드 이승현도 FA로 풀린다. 2014~15시즌 신인상, 2015~16시즌 챔피언결정전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그는 외국인 선수와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파워를 자랑한다. 올해 정규리그(경기당 3.3개·성공률 39.3%)와 플레이오프(경기당 3.8개·성공률 40%) 모두 3점 슛 1위에 올라 팀의 준우승을 이끈 현역 최고 슈터 전성현의 행선지도 주목받고 있다.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김선형 등 빅 네임 베테랑들도 시장에 나온다.
FA자격을 취득한 선수들은 11일부터 25일까지 15일 동안 10개 구단과 자율협상을 진행한다. 자율협상 기간 계약을 맺지 못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26일부터 28일까지 각 구단들이 영입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다. 1개 구단만 의향서를 내면 해당 선수는 반드시 이적해야 하고, 여러 구단이 제의하면 선수가 선택해 계약할 수 있다. 의향서를 받지 못한 선수는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원소속구단과 재협상을 진행한다.
이번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는 고양 오리온을 인수한 데이원자산운용이 될 전망이다. 데이원자산운용 측은 "아직은 내부 검토단계"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구단을 새로 인수한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농구계 안팎의 눈은 허웅에게 향한다. 지난 11일 데이원자산운용이 최고 책임자로 허웅의 아버지 허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한 만큼 두 사람을 모아 스타 마케팅을 펼칠 수도 있다.
다만 또 다른 최대어 이승현의 원소속팀인 만큼 계산이 복잡하다. 이번 시즌 샐러리캡의 98%를 소진했던 오리온은 대형 FA와 계약할 경우 일부 연봉 정리를 진행해야 한다. 베스트 5에 선정됐던 이대성(연봉 5억원)의 연봉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 허웅을 비롯해 외부 영입이 이뤄질 경우에는 이승현과 이대성 등 이번 시즌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내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