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뜨는 P&E(플레이 앤 언) 게임 시장을 이끌고 있는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가 시련의 시기를 맞았다. 작년만 해도 신흥 시장 개척자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올해는 시장의 시선이 차갑게 식었다.
여기에는 가상자산(가상화폐) 위믹스 코인의 대량 매도와 ‘미르4 글로벌’의 흥행을 잇는 게임 부재 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일부 잃은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위메이드가 시련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다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잘 나가다 삐걱…시련의 터널 속으로
위메이드는 게임을 즐기면서 돈도 버는 이른바 P&E 게임 시장의 리더 게임사다. 작년 8월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먼저 P&E 게임 ‘미르4 글로벌’을 해외에 선보였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미르4 글로벌은 게임 플레이로 얻은 흑철이라는 광물을 게임 속 재화 드레이코와 바꾸고, 이를 자사 가상화폐 위믹스 코인으로 환전할 수 있는 P&E 시스템을 탑재했다. 글로벌 게이머들 사이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동시접속자 수 13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위메이드의 주가도 뛰었다. 작년 8월 3일 2만4904원하던 주가는 3개월여 만인 11월 22일에는 886.6% 급등한 24만57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최고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16일 현재 6만원대까지 빠졌다.
위믹스 코인도 고점을 찍고 하락세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작년 8월 1000원도 안 하던 위믹스 코인은 9월 1000원대로 진입한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1월 22일 2만9490원까지 올랐다. 1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2849%나 급등한 것이다.
그러나 16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위믹스 코인은 2574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막 오르기 직전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시장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위메이드의 위믹스 생태계 육성책 때문이다.
올해 초 위메이드가 자신들이 발행한 위믹스 코인을 장기간에 걸쳐 대량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회사 측은 위믹스 생태계를 성장시키기 위한 투자에 쓰기 위해서이며 사전 예고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인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불신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고, 위메이드 주가와 위믹스 코인은 아직도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실적도 문제다.
위메이드의 올 1분기 매출은 위메이드플레이(전 선데이토즈) 편입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72% 늘어난 1310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65억 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75%, 전년 동기보다 76% 각각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억 원으로 작년 4분기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00%, 98% 급감했다.
이런 실적 부진은 지난해 ‘뻥튀기’ 실적 논란에 이어 또다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위메이드는 작년 연간 매출이 창사 이래 최대 매출(5607억 원)을 기록했다고 했지만, 이는 스스로 발행한 위믹스 코인 처분액을 포함한 것이었다. 이후 ‘뻥튀기’ 논란이 일자 처분액을 제외한 실적을 다시 공시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게임사 본연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신뢰 회복에 경영진 총출동
이런 상황은 P&E 게임 시장을 주도하려는 위메이드로서는 위기다. 이에 경영진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위믹스 코인 가치 높이기에 나섰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2월 위믹스 코인 가격이 200달러에 도달할 때까지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총 발행물량의 1%를 소각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지난달 자신의 급여 및 배당금으로 위믹스 코인을 매입했다. 약 1억3770만 원을 투자해 위믹스 코인 2만6100여 개를 사들였다.
위메이드 창립자인 박관호 의장도 장 대표 행보에 동참한다. 지난 10일부터 향후 6개월 동안 300억 원에 달하는 위믹스 코인을 사들이며, 매입 완료 후 1년간 락업할 예정이다.
이들 경영진의 투자는 시장의 불신을 없애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다.
위메이드 측은 “위믹스는 세계 최초이자 가장 혁신적인 P&E 플랫폼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위믹스 생태계는 커다란 성장을 앞두고 있다”며 “박관호 의장과 최고경영자의 토큰 매입 결단은 이런 성장과 혁신에 대한 믿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생태계 강화를 위해 P&E 게임 라인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연내 100개 게임을 온보딩한다는 목표 아래 1분기까지 9개를 서비스했고, 2분기 중에 10여 개를 추가로 온보딩한다는 계획이다.
위믹스 생태계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 오는 6월 15일 ‘위믹스 3.0’ 글로벌 쇼케이스를 열고 신규 메인넷 정보와 스테이블 코인인 위믹스 달러를 공개할 예정이다.
장현국 대표는 “이미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으로 검증된 위믹스가 퍼블릭 체인 위믹스3.0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라며 “위믹스3.0은 스테이블 코인 기반으로 안정적인 경제시스템을 구축해 게임, DAO+NFT, 디파이(DeFi)로 영역을 보다 확장하고 메인넷의 근원적인 경쟁력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 반전 임무 맡은 신작 ‘미르M’
위메이드는 P&E 게임 시장 개척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공고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 장현국 대표는 최근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에서 “모든 성공의 뒤에는 인내가 자리하고 있다”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그렇다고 지금의 침체된 분위기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위메이드는 미르4의 성공을 잇을 후속작으로 '미르M: 뱅가드 앤 배가본드(이하 미르M)'를 출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한다.
미르M은 위메이드 대표 MMORPG ‘미르의 전설2’에 현대적 해석을 반영해 복원한 미르 IP(지식재산권) 신작이다.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내달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는 미르M을 국내에 출시한 이후 P&E 시스템을 탑재해 글로벌 시장에 내놓아 미르4의 흥행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시장의 실망감을 기대감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현국 대표는 “(미르M에 대해) 회사 내에서 미르4보다 기대치가 더 크다. 미르4로 얻은 역량과 교훈을 적용해서 더 나은 게임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라며 “19일 테스트를 하면 유저들이 직접 플레이해보고 그 기대치를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사전예약은 실제 다운로드하는 사람 위주로 하고 있는데, 현재 55만 명 정도”라며 “출시 때까지 보면 꽤 괜찮은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