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진했던 SSG 랜더스 오른손 투수 이태양(32)이 에이스로 변신했다. 장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덕분이다.
이태양은 지난 15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서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불펜진이 흔들리면서 승리는 추가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 3번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87까지 내려갔다. 불펜을 오간 탓에 아직 규정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이태양보다 평균자책점이 낮은 선발 투수는 5월 17일 기준 팀 선배 김광현(0.60)을 포함해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1.26)와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1.71)까지 세 명뿐이다.
커리어 내내 이태양의 발목을 잡은 건 피장타다. 구속은 빠른 편이었지만 탈삼진이 적었고 장타가 많았다. 한화 이글스에서 선발로 뛰었던 2014년과 2016년, 필승조로 활약한 2018년에도 성적에 비해 장타 허용이 잦았다. 2020년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로 트레이드된 후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타자 친화적인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사용한 탓에 넘어가는 타구가 늘어났고 지난 시즌에는 리그 피홈런 1위(25개)에 올랐다.
반면 올해는 피장타가 극적으로 줄었다. HR/9(9이닝당홈런)이 0.8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2.17개, 커리어 평균 1.46개를 기록하던 그가 1개 미만을 기록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투고타저 환경 덕분이다. 올 시즌 리그의 타석당 홈런%는 1.58에 불과하다. 2012년(1.5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14년 이후 2 이하를 기록한 시즌은 2019년(1.82)뿐이었다. A구단 분석원은 "이닝당 볼넷이 줄고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가 커리어하이 급(0.242·개인 커리어 평균 0.312)으로 낮게 나왔다. 투고타저 환경이 되자 공격적으로 던지고 있다"며 "리그에서 홈런이 정말 안 나오고 있다. 장타 허용이 많던 이태양은 다른 투수들보다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경의 변화만으로는 극적인 성적 변화를 설명하기 힘들다. B구단 분석원은 결정구 포크볼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포크볼의 낙차와 커맨드(탄착군)가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모습이 관측된다. 변화구를 구사할 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게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이태양 본인의 멘털도 많이 변했다. 이태양은 지난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승리 후 "한화에서 불펜으로 뛸 때 (마무리였던) 정우람 형이 '불펜 투수는 항상 좋은 컨디션에 나갈 수가 없다. 항상 안 좋다고 가정하고 나가야 한다'고 조언해줬다"며 "그렇게 던지다 보니 멘털이 달라졌다. 전에 선발 투수로 던질 때는 예민한 부분이 있었는데, 불펜을 하다가 다시 선발로 오니 민감했던 감정이 사라졌다. 위기 상황에서 투구도 불펜 경험이 도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