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공인구 반발계수가 '상향'됐다. 움츠렸던 타자들이 5월 들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는 '투고타저'로 시작했다. 스트라이크존(S존)을 일정 부분 확대, 적용하면서 투수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공인구(경기사용구) 반발계수까지 줄어 타자들의 입지가 더 좁아졌다. 타점 1, 2위를 다투는 한유섬(SSG 랜더스)은 "(반발계수가) 낮아진 게 체감된다. (배트의) 정확한 스폿에 맞지 않으면 작년보다 비거리가 짧게 나오는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5월 들어 리그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리그 팀 타율이 4월 0.243에서 5월 0.262로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장타율(0.342→0.388)과 출루율(0.316→0.335)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격 지표가 상승했다. 홈런 비거리도 4월 117.3m에서 5월 118.2m(지난해 평균 116.6m)로 늘었다. S존 확대가 유지되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공인구 반발계수 변화가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KBO리그 공인구 반발계수가 5월 일정 부분 상향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4월과 비교하면) 반발계수가 조금 올라가긴 했다"고 말했다.
KBO가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발표한 단일 공인구 수시검사 결과에 따르면 스카이라인스포츠가 제조한 AAK-100의 평균 반발계수는 0.4061이었다. 합격 기준(0.4034~0.4234) 안에 들었지만, 2021년 4월(0.4190)과 10월(0.4108)에 이어 수치가 또 한 번 떨어져 타자에게 불리할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예상대로 4월 타자들의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한 선수는 "힘이 (타구에) 확실히 실렸음에도 예상보다 뻗질 않고 잡히는 타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KBO는 5월 공인구 반발계수 상향이 "인위적인 변화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현지에서 만들어진 공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보관이나 습도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인구 반발계수의 (합격 기준) 오차를 두고 있는 것"이라며 "업체에 '반발계수가 낮으니까 0.001만 올려달라'고 해도 (요구한 대로) 맞추기가 어렵다. 2019년에 반발계수를 낮추면서 작업 기간을 최소 6개월 정도 줬지만, 초반에 (반발계수가) 균일하지 않아 벌금도 부과했다. (KBO는 공인구 공급 업체에) 너무 높거나 너무 낮으면 문제 될 수 있으니까 중간 정도로 유지해달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현재 KBO리그 1군에서 사용하는 공인구는 스카이라인스포츠의 스리랑카 공장에서 전량 만들어진다. KBO는 매월 제조업체로부터 정기적인 검사 보고를 받고 비정기적인 수시 검사 결과를 언론에 발표한다.
5월 공인구 반발계수가 상향되면서 투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타자들 성적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투수들의 성적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리그 평균자책점이 4월 3.41에서 5월 4.18까지 올랐다. 피출루율(0.316→0.335)과 피장타율(0.342→0.388)을 합한 피OPS(0.658→0.723)도 달라졌다. 4월 평균자책점 0.65를 기록한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는 5월 평균자책점이 4.87까지 치솟았다. 4월이 '투수의 시간'이었다면 5월은 '타자의 시간'으로 전개되고 있다.
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구단마다 처한 상황도 다르다. KBO 관계자는 "올 시즌 초반에는 코로나19 확진으로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가 많았다. 그 선수들이 복귀했고 적응하는 과정"이라며 "날씨가 따뜻해져도 (보통) 타자들의 성적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인구 반발계수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다. A 구단 단장은 "개인적으로는 4월과 비교했을 때 타구가 죽지 않고 살아서 날아간다는 느낌이다. 4월이면 잡혔을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서 (공인구 반발계수와 관련한) 얘기가 나온 건 아니지만, 경기를 보면 체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