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크론(29·SSG 랜더스)의 상승세가 무섭다. 크론은 지난 22일 인천 LG 트윈스전에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타점은 하나였지만, 8회 말 LG 필승조 정우영을 상대로 SSG의 승리를 결정지은 결승 적시타였다. 크론이 올 시즌 쳐낸 시즌 7번째 결승타(KBO리그 1위)였다.
크론은 4월까지만 해도 비관적인 전망이 더 많았던 타자다. 시범경기 타율이 0.167에 불과했다. 개막 후에도 4월 타율이 0.255에 그쳤다. 1m96㎝·115㎏의 거구에서 나오는 파워는 인상적이었지만, 부족한 콘택트 능력으로 답답한 장면도 여러 번 연출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타율 0.231 6홈런에 그쳤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그를 따랐다.
적응에 시간은 걸렸지만, 크론은 5월 들어 성적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다. 23일 기준 5할 타율은 0.289까지 올라왔다. 시즌 타율 0.270에 홈런도 9개로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다. 타점도 31타점으로 공동 4위를 기록 중이다. 야구통계 전문업체 스포츠 투아이에 따르면 100을 리그 평균으로 계산한 wRC+(조정득점생산력)도 120.1로 수준급까지 올라왔다.
크론의 가치는 타격뿐 아니라 수비와 멘털에서도 드러난다. 1루수인 크론은 현재까지 실책 2개를 기록 중이다. 간혹 내야수들의 송구를 잡지 못하는 등 완벽하진 않지만, 성실한 멘털 덕분에 현장 평가가 좋다. 손지환 SSG 수비 코치는 “18일 SSG와 경기에서 박성한의 송구가 실책으로 기록됐을 때 크론은 자기 실책이 맞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더라. 나한테 인천 홈구장으로 돌아가자마자 수비 훈련을 해달라고 자청했다”며 “수비 훈련을 정말 열심히 한다. 크론 덕분에 내야수들 수비가 정말 좋아졌다. 크론은 (체구가 커서) 좋은 송구 타깃이다. 숏바운드 캐치도 1루 수비가 좋기로 유명한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수준”이라고 호평했다.
특유의 해결사 능력과 수비는 물론 밝은 성격과 성실함이 SSG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손지환 코치는 “크론은 홈런도 결정적일 때 치더라. 호세 피렐라(삼성) 수준의 공격력은 아니지만 수비도 잘해주니 팀 입장에서 너무 고맙다"며 "아프다는 말도 잘 안 한다. 힘들다는 얘기를 안 한다. 너무 착하다. 말, 됨됨이가 고맙다. 공 맞아서 부었는데도 나가겠다고 하더라. 계속 우리 팀과 같이 갔으면 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